축구협회, 클린스만호 데뷔 앞두고 '2천701호 논란' 방지책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클린스만호'의 데뷔전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가 2022 카타르 월드컵 직후 불거진 '2천701호 논란'과 같은 사태를 방지하겠다며 대표팀 의료 체계 개선책을 내놨다.
협회는 17일 홈페이지를 통해 팀 닥터와 의무 트레이너 간 지휘 체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대표팀 운영 규정을 개정해 의무 트레이너가 의료 관련 업무 총책임자인 팀 닥터의 지휘를 받는 역할로 정리할 계획이다.
부상 상태·의학적 최종 판단은 팀 닥터의 몫이 된고, 트레이너는 선수 몸 상태와 치료 내용을 팀 닥터에게 보고해야 할 의무도 생긴다.
앞으로는 물리치료사, 건강운동관리사, 선수 트레이너(Athletic Trainer) 자격증만 공식 인정된다.
그간 이외 운동처방사 자격증도 인정해왔지만,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내부적으로 의견이 모여 배제하기로 했다.
또, 선수 요청에 따라 암묵적으로 자격증이 없는 트레이너의 치료 행위를 허용해왔지만, 국민체육진흥법을 엄격히 준수하는 취지에서 이제 무자격자의 대표 선수 치료 활동을 금지한다고 협회는 설명했다.
나아가 선수의 개인 트레이너 중 자격증이 있다면 일정 인원을 뽑아 소집 기간 활용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상시 고용'은 아니라도 파트 타임 형태로 개인 트레이너가 대표팀에서 활동할 영역을 열어준 것으로, 이 경우에도 팀 닥터와 지휘 체계 등 기본 지침은 지켜야 한다.
이런 유동 인력을 포함해 A매치 기간(국가대표팀 간 경기)에는 총 트레이너 규모가 4∼5명,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나 월드컵 같은 장기 대회에는 6명으로 유지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처음으로 함께하는 이번 3월 A매치 기간에는 협회 소속 트레이너 2명, 임시로 채용한 2명, 클린스만 감독이 추천한 독일 출신 트레이너 1명이 합류한다.
이 독일 출신 트레이너는 이번 A매치 기간이 끝나면 내부적으로 평가해 추후 소집 기간에도 초청할지 판단하기로 했다.
월드컵 때 일부 선수가 협회 의료진의 역량에 불만을 표했던 만큼,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평가 체계도 도입하겠다고 한다.
협회 의무분과위원회, 연령별 대표팀 코칭스태프 등이 참여하는 평가단이 점수를 매겨 이를 재계약 여부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쇄신안은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후 손흥민(토트넘)의 개인 재활 트레이너 안덕수 씨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조치다.
안 씨는 지난해 12월 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가대표팀 숙소) 2천701호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며 "이번 일로 인해 반성하고 개선해야지 한국 축구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협회를 질타했다.
손흥민의 개인 트레이너 자격으로 일부 선수의 몸 상태를 관리한 안 트레이너는 첫 폭로 후 돌연 침묵을 지켜 언급된 '문제 상황'이 어떤 것인지 각종 추측이 제기됐다.
협회는 안 씨의 폭로 1달여 만에 공식 입장문을 내고 대표팀 의료진을 놓고 일부 선수와 협회 사이 갈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협회는 일부 선수가 안 트레이너의 의무팀 합류를 요구하면서 그와 갈등 관계라는 의심을 샀던 의무팀장이 선수단을 떠나 귀국하도록 압박했다고 털어놨다.
이로부터 2달가량 후 쇄신안을 낸 협회는 "잉글랜드, 독일, 일본, 호주축구협회의 운영 방침을 조사했다"며 "선수의 개인 트레이너를 대표팀 공식 스태프로 받아들이는 곳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협회 의무분과위가 지난달부터 개선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으며, 새로 부임한 클린스만 감독에게도 갈등의 경위 등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은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안다. 한국 정부의 법령을 기초로 협회가 논의 끝에 내린 결론임을 충분히 인지해 존중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다만 의료 지원을 받는 당사자인 선수들은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지난 월드컵에 참가한 중·고참급 선수 10여명은 개선안에 찬반 의사 없이 '이번 소집 기간에 더 논의했으면 한다'고 전해왔다고 협회는 밝혔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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