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전문의 90% "복수 생각하는 학폭 피해자 진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진료한 학교폭력 피해자 대부분이 복수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학교 내 정신건강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의사 단체 '한국학교 정신건강의학회'에서 전문의 65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설문 조사한 결과 78.5%는 학교폭력 피해자를 진료한 경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 가운데 90.2%는 학교폭력 가해자를 상대로 복수를 생각하는 피해자를 진료했으며, 47.1%는 구체적인 복수계획을 세우는 피해자를 진료했다고 답했습니다.

학폭 피해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환자를 진료한 적이 있는 전문의는 70%에 이르렀습니다.

환자 증상으로는 우울과 불안, 대인기피, 학교거부, 자해가 가장 많았고 불면증과 분노조절 어려움 등을 호소했다고 의사들은 전했습니다.

또 전문의 84.6%는 학교 폭력 피해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PTSD와 연관이 있다고 답했는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된 대상의 3명 중 2명은 불안이나 우울 등의 증상이 동반됐습니다.

전문의 44.6%는 학폭 피해가 '신체화 장애'와도 연관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정신적 고통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배나 머리 등이 아프고 답답해지는 증상을 의미합니다.

또 전문의 61.6%는 학교 폭력 피해로 인해 피해자 가족이나 또래 관계가 와해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전문의들은 학교폭력이 중단됐다고 해서 바로 증상이 호전된 환자를 본 경험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31.4%의 전문의는 수년 동안 후유증이 지속되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었고, 62.7%는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후유증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전문의 78.4%는 우리나라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습니다.

한국학교 정신건강 의학회는 학교폭력 피해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자극에 의해 당시 고통을 생생하게 재경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정신 건강 전문가의 학교 현장 개입이 용이하도록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YTN 신윤정 (yjshin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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