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문해력] 그때 그 시절의 문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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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 대학원생 시절에,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국어 과외를 한 적이 있다.
어떻게 이 어휘도 모를 수 있느냐며 한바탕 잔소리를 하고 한자어를 풀어 설명해 주었더니, 그 학생은 "아! 얼굴에 철판 깔았단 뜻이네요!"라며, 뭐 이리 어려운 말을 써야 하느냐며 웃는다.
인터넷 고사성어 사전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알아야 할 필수 어휘이며, 한자어 표기 그대로 풀어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로 흔히 쓰인다고도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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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 대학원생 시절에,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국어 과외를 한 적이 있다. 함께 국어 지문을 읽는데, 글에 ‘철면피(鐵面皮)’라는 어휘가 나왔다. 무난하게 읽고 이해하며 넘어가려는데, 학생은 갑작스레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어떻게 이 어휘도 모를 수 있느냐며 한바탕 잔소리를 하고 한자어를 풀어 설명해 주었더니, 그 학생은 “아! 얼굴에 철판 깔았단 뜻이네요!”라며, 뭐 이리 어려운 말을 써야 하느냐며 웃는다. 이렇게 문해력이 부족해서 앞으로 대학 가고 사회생활이나 제대로 하겠느냐고 내 잔소리는 계속되었다.
여러분도 ‘어떻게 이 어휘를 모를 수 있지?’라고 탄식할 수 있다. 혹은 몇 독자는 ‘나도 모르는 어휘네’라고 할 수 있다. ‘철면피’는 ‘쇠로 만든 낯가죽이라는 뜻으로, 염치가 없고 뻔뻔스러운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중국의 왕광원이라는 사람의 언행에서 유래된 고사성어다. 인터넷 고사성어 사전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알아야 할 필수 어휘이며, 한자어 표기 그대로 풀어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로 흔히 쓰인다고도 언급한다. 초등학생도 알아야 할 어휘인데, ‘철면피’의 의미와 용법, 유래를 모른다던 그 시절 내 과외 학생은 정말 문해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나이 차이가 나와 불과 다섯 살 남짓이었던 그 학생은,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은행 과장이다. 좋은 은행 상품이 있는지, 유익한 금융 정보가 있는지 물어보는 데 이만한 인맥이 없다. ‘단리(單利)와 복리(複利)’, ‘비과세(非課稅) 통장’ 등 열심히 설명해 주는데, 내 금융 문해력이 달리는지 무슨 말인지 난감하다.
문해력은 전통적으로 문자 해득 능력이었다. 최근 수많은 이슈였던 문해력은 어휘력 문제로 편향된 것처럼 보인다. ‘심심(甚深)한 사과’ 논란이 요즘 젊은 세대 운운하는, 어느 특정 세대의 어휘력 문제로만 단정되어서는 안 된다. 내 과외 학생의 문해력은 몰랐던 것이 아니라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의 차이다.
디지털 매체로 정보가 공유되는 속도가 빨라졌으며, 이것을 이해하고 평가하며 사용하기 위해 요구되는 능력도 높아지고 더 빨라졌다. 그때 그 시절의 문해력 논란은 지금의 내가 경험해 보지 않은 정보의 문제 해결 능력으로 닥쳤다. 그때 그 시절에도 문제였지만, 지금 이 시절의 문해력과 소통 문제도 늘 그렇게 존재한다. 문해력은 주어진 정보를 읽고 제대로 판단하여 의견을 표현하는 전천후 문제 해결 능력으로 바라봐야 한다.
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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