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주의역사저널] ‘봄의 전령’ 매화 이야기
더 늦기전 만개한 매화 즐기길
이제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봄이 왔음을 알리는 지표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봄을 알리는 꽃으로는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도 있지만, 한겨울의 추위를 뚫고 피어난 매화는 그야말로 봄의 전령이다. 매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 전남 광양시에서는 지난 10일부터 19일까지 ‘광양 매화 축제’가 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중지되었다가 다시 개최되는 매화 축제인 만큼 많은 이들에게 더 큰 감동을 주고 있다. 매화를 사랑한 역사적 인물로는 먼저 퇴계 이황(李滉·1501∼1570)을 들 수 있다. 1000원권 지폐 앞면에는 이황의 초상 오른쪽에 매화가 그려진 것이 보이는데, 그만큼 이황의 매화 사랑이 각별했기 때문이다. 이황은 늘 매화를 가까이했고, 하나의 꽃으로만이 아닌 인격체로 여겨 ‘매형(梅兄)’이라 부르며 술잔을 놓고 시로 대화했다고 한다. 이황이 지은 매화를 주제로 한 시는 107수였으며, 그중 91수를 모아 ‘매화시첩(梅花詩帖)’을 남겼다. 제자를 가르친 도산서당 곳곳에도 매화를 심었다. 사망하기 직전에 마지막 남긴 말은 ‘매화 나무에 물을 주라’는 것이었다. 이황의 임종을 지켰던 제자 이덕홍(李德弘)이 쓴 ‘계산기선록(溪山記善錄)’에는 “선생께서 돌아가시면서 마지막 유언으로 12월8일 아침에 ‘분매(盆梅)에게 물을 주라’고 지시하셨다”는 기록이 있다.
겨울의 기나긴 추위를 이겨내고, 봄을 알리는 자신의 소명을 해마다 하고는 사라지는 매화. 더 늦기 전에 매화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매화에 얽힌 역사적 인물의 이야기까지 기억하며 찾는다면 그 의미는 더욱 커질 것이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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