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날은…잘 쉬고, 잘 먹고, 잘 걷자
날씨 변화 탓 불면·우울감 등 겪어
휴식·영양 공급·운동 3박자 필요
피로감, 졸음, 식욕부진, 집중력 장애, 불면증, 눈부심, 소화불량, 우울감….
봄기운이 ‘고양이 솜털’처럼 완연해지면 ‘얄미운 나비처럼’ 심신을 괴롭히는 불청객이 찾아오곤 한다. 다름 아닌 춘곤증이다. 부드러우면서도 흡사 ‘악마의 발톱’처럼 끈질긴 춘곤증이 나타나면 나른하고 노곤하며 입맛이 없고 일할 의욕마저 사라지게 된다.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지고 만성 질환이 악화하기 쉽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신체가 날씨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일시적으로 생기는 신진대사의 부조화 현상이 춘곤증이다. 미세먼지·황사·꽃가루·일교차 등 날씨 스트레스가 가중되면 춘곤증이 심해지고, 여기서 헤어나지 못하면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다.
춘곤증을 이기는 데는 충분한 휴식, 영양 공급, 적절한 운동이 기본 3박자다. 가공식품 및 인스턴트식품은 대뇌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티아민이 결핍돼 춘곤증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아침 식탁에서 봄나물과 해조류를 많이 섭취하고, 과로와 과음·흡연을 피하며, 저녁은 가볍게 먹어 숙면을 도모한다. 경희대 한방재활의학과 송미연 교수는 “봄에는 좀 늦게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는 조금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다”면서 “낮에는 자리를 박차고 야외에 나가서 햇볕을 많이 쬐며, 냉온 교대욕과 산책·스트레칭·가벼운 운동 등을 수시로 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달래·냉이 등 봄나물로 기력 보충
수시로 어깨·목 스트레칭해주고
봄나물 ‘삼박자’로 달래, 냉이, 씀바귀가 꼽힌다. 달래는 성질이 따뜻하고 매운맛이 있는데, 예로부터 정신을 안정시키고 숙면을 취하게 해주며 정력을 높이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또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부신피질호르몬의 조절에 관여해 노화를 방지해준다. 빈혈, 동맥경화, 장염, 위염에도 효과가 있다. 그러나 달래는 성질이 따뜻하므로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너무 많이 먹는 것은 이롭지 않다.
냉이는 성질이 너무 차지도 따뜻하지도 않으며, 단맛이 있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칼슘, 철분, 비타민A가 많아 춘곤증 예방에 좋다. 피를 멈추게 하는 지혈 작용을 하며 생리불순, 코피, 산후출혈, 동맥경화, 지방간, 변비, 숙취 등 여러 가지 증상 해소에 체질과 상관없이 이롭다. 씀바귀는 성질이 차서 오장의 나쁜 기운과 열기를 없애주고, 염증을 삭여주는 효과가 있다. 심신을 안정시켜주고, 잠을 몰아내는 작용을 한다. 또 식욕을 돋우고 위장을 튼튼하게 해 소화기능을 좋게 한다.
춘곤증이 엄습해오면 무거워진 어깨와 목이 천근만근이 된다. 목이 뻣뻣하고 좌우로 돌릴 때 ‘뚜두둑’ 소리가 날 정도라면 근육이 뭉치고 경직됐다는 증거다. 목 스트레칭을 수시로 해서 매일 풀어주지 않으면 갈수록 악화하기 쉽다. 정승기정형외과 정승기 원장은 “평소에 올바른 자세를 갖고 지속해서 스트레칭 등을 하면 목·어깨의 근육 뭉침 해소뿐 아니라 혈액순환도 좋아져 춘곤증 완화뿐 아니라 어깨·목 질환 예방 및 증상 완화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조언했다.
식사 후 20~30분 산책하면 도움
3주 이상 지속 땐 다른 질환 의심
식사 후에 10~20분 정도 쉬었다가 약간 빠른 걸음으로 20~30분 산책을 하면 소화도 잘되고 춘곤증 해소뿐 아니라 비만 개선과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협심증 증세가 있거나 심근경색을 경험한 환자는 식후 바로 운동을 해서는 안 되며 1시간 정도 지난 후에 걸어야 심장에 부담이 덜 간다.
한편 춘곤증이 극심하거나 오래(약 3주 이상) 지속하면 결핵이나 만성피로증후군, 간염, 갑상선질환, 당뇨병, 간질환, 콩팥질환, 정신질환 등이 있는지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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