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아닌 시민에 의한…샌델이 다시 꺼내든 “정치경제학”[책과 삶]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마이클 샌델 지음·이경식 옮김
와이즈베리 | 440쪽 | 2만원
경제 정책이 이슈가 될 때면 “경제 문제에 정치 논리를 개입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경제에 관한 사안은 경제 논리만으로 판단해야지, 정치적 견해를 개입시키면 안 된다는 취지다. 이때 의문이 생긴다.
정치적 판단이 전제되지 않는 경제 정책이 존재할 수 있을까. 정치적 입장 없는 경제 문제가 있기는 할까.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은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에서 ‘정치의 축소’를 단호히 반대한다. “정치가 경제적 삶의 고정된 명령에 적응하는 것이 기본이고 실제로도 그렇다면 정치는 민주적 시민보다 금융 공학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 더 낫다.”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는 1996년 미국에서 출간했던 <민주주의의 불만>을 일부 고치고 새로운 내용을 더해 출간됐다. 전작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다룬 능력주의 비판이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미국 민주당 정부나 정치인을 향한 지적이 새로 담겼다.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에서 샌델이 강조하는 건 ‘정치경제학’이다. 정치경제학은 경제에 미치는 정치의 영향력에 주목한다. 토마 피케티, 대런 애쓰모글루 등 주목받는 경제학자들이 정치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복원하려고 노력하는 것 또한 정치경제학이다.
샌델의 접근은 경제학자들의 아이디어보다 조금 더 추상적이다. 샌델은 ‘시민의식의 정치경제학’을 강조한다. 샌델은 소비자가 아닌 시민이 필요하고, 중립성의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정 정책 혹은 분배의 문제 또한 단순히 기술적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경제 문제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질문을 배제하면 “부유하고 힘 있는 사람들이 관리하고 지휘하는 시장이 여러 질문에 대한 답을 결정하도록 방치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샌델은 주장한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도 부정선거라 생각했었다”···현장 보고 신뢰 회복한 사람들
- 국힘 박상수 “나경원 뭐가 무서웠나···시위대 예의 있고 적대적이지도 않았다”
- 늙으면 왜, ‘참견쟁이’가 될까
-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이사장 해임 “모두 이유 없다”…권태선·남영진 해임무효 판결문 살펴
- 내란의 밤, 숨겨진 진실의 퍼즐 맞춰라
- ‘우리 동네 광장’을 지킨 딸들
- 대통령이 사과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사과해요, 나한테
-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에 차량 돌진…70명 사상
- [설명할경향]검찰이 경찰을 압수수색?···국조본·특수단·공조본·특수본이 다 뭔데?
- 경찰, 경기 안산 점집서 ‘비상계엄 모의’ 혐의 노상원 수첩 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