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K] 오타 난 위조 신분증도 대출 승인…원리금은 피해자가 갚아라?
[앵커]
누군가 내 신분증을 위조해 몰래 거액을 대출받은 것도 황당한데 돈을 빌려준 금융사가 이 돈을 갚으라고 하면 어떨까요?
사연을 알려온 제보자는 금융사가 신분증에 적힌 주소만 제대로 살폈어도 위조된 걸 알 수 있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김화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 60대 남성 오 모 씨는 약 3년 전 자신의 통장에서 돈을 빼가려는 사람이 있다는 전화를 은행으로부터 받았습니다.
확인해 보니 일부는 이미 빠져나갔고, 약 1억 5천만 원의 대출까지 실행된 상태였습니다.
[오OO/피해자 : "퇴근하고 집에 와서 우리 자녀하고 인터넷을 검색해보니까 대출 리스트가 나온다고 그러더라고요. 그거 보니까 거기에 이렇게 그게 뜨더라고요."]
인터넷 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털 회사 등 3곳에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진 비대면 대출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엔 범인의 사진을 넣은 피해자 오 씨 명의의 위조 운전면허증이 이용됐습니다.
[오OO/피해자 : "(용의자가) 중국에 뭐 한국 사람 리스트가 많대요. 신용등급 5등급 이상으로 해서 찍어가지고 사진을 보내면 만들어서 주는 거죠."]
범인은 위조 신분증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했고, 본인확인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단한 금융회사에서 계좌와 공인인증서를 만든 뒤 비대면 대출까지 받은 겁니다.
문제는 신분증 확인 과정에서 위조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위조된 운전면허증입니다.
주소를 봤더니 '노량진동'은 '노령진동'으로, '만양로'는 '안양로'로 잘못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출을 해준 금융사 3곳 가운데 두 곳은 오 씨에게 빚을 갚으라고 요구했습니다.
오 씨는 빚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1심 승소의 기쁨도 잠시. 두 곳 가운데 한 금융사는 항소했습니다.
그리고 2심에서 결과가 뒤집히자 원금에 연체이자까지 1억 원에 가까운 돈을 요구했습니다.
[오OO/피해자 : "범인은 잡혔는데 범인은 재산도 없고 사기 몇 범이니까 그걸 청구를 못 하니, 선량한 저한테 청구하고 집에 가압류를 행사를 해 놓고..."]
취재가 시작되자 이 금융사는 피해자에게 더이상 원리금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화영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최진영 홍성백/영상편집:박은주/그래픽:채상우
[앵커]
이 사건 취재한 김화영 기자에게 더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개인 정보를 도용한 비대면 대출 사기 범죄 실제로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기자]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이런 사례들이 자주 일어납니다.
특히 피싱이나 신분증 분실 같은 이유로 개인정보가 통째로 유출되면,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게 금융사들의 이야기인데요.
하지만, 신분증까지 위조해서 몰래 대출을 받은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입니다.
[앵커]
앞서 보니까, 신분증 주소도 잘못 적혀 있었고, 사진도 전혀 다른 사람 것인데, 금융사가 왜 못 걸러낸 건가요?
[기자]
이사 갈 때마다 신분증을 매번 재발급받진 않죠.
이런 이유로 주소는 비대면 금융 거래를 할 때 본인 확인 절차에서 중요한 기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진은 2017년에 금융결제원이 만든 '비대면 신분증 진위확인 시스템'을 활용하는 금융사라면 위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금융사들은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이었거나, 도입을 했어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미리 막는 게 제일 중요할텐데 정부 대책은 없습니까?
[기자]
지난해 9월에 나온 금융위원회의 금융 분야 보이스피싱 1차 대책을 보면요.
앞서 말씀드린 비대면 신분증 진위확인 시스템, 현재는 금융기관 66곳이 쓰고 있는데, 이걸 모든 금융권이 꼭 쓰도록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건데, 여기에 안면인식 시스템까지 도입해서, 계좌를 만드는 사람과 신분증 주인이 같은지를 이중으로 확인하겠다고 했습니다.
김화영 기자 (hwa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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