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에코 백래시’
친환경 정책에 반대하는 네덜란드의 신생 우익 포퓰리즘 정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투표 결과 ‘농민-시민운동당’(BBB)이 전체 선거구 절반 이상에서 승리해 상원 최대 정당 등극이 확실시된다. ‘질소 배출 감축 정책’을 추진해온 마르크 뤼터 총리와 그가 이끄는 중도우파 자유민주당(VVD)은 2010년 집권 이래 최대 위기에 놓였다. 환경정책이 백래시(대중적 반발)에 맞닥뜨린 것이다.
단초는 ‘질소’였다. 가축 배변 속 아산화질소와 암모니아는 기후·생태 위기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의 40% 정도인 면적에서 집약적 농축산업을 육성해온 네덜란드는 사육하는 소·돼지·닭이 인구의 6배인 1억마리 이상이다.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농축산품 수출국이다. 그만큼 질소 오염도 심각하다. 유럽연합(EU) 규정을 지키려면 2030년까지 질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이에 연립정부는 2030년까지 가축 사육두수를 3분의 1 감축하는 정책을 2021년 발표하고 농장 폐쇄에 나섰다. 생업을 잃게 된 농민들은 농무부 장관 집에 거름까지 뿌리며 거세게 반발했다. 도시 엘리트들이 근거 없는 ‘기후변화’를 빌미로 평범한 농부들의 삶을 위협한다는 포퓰리즘 정서가 싹텄고, 2019년 출범한 BBB는 급성장했다. 질소 감축 때문에 개발 허가가 막힌 도시에서도 지지를 얻었다.
네덜란드는 정부를 신뢰하고 공통의 목적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는 정치문화가 깊다. 1959년 북해 가스전 발굴 이후 1960~1970년대 극심한 경기침체에 빠지는 ‘네덜란드 병’으로 고전하다 1982년 ‘바세나르 협약’으로 노사정이 서로 양보하며 극복한 게 대표적이다. 동성애를 19세기에 이미 비범죄화했고, 동성결혼과 안락사를 세계 최초로 합법화했으며, 대마초 소비도 일찌감치 허용해 변화하는 정책의 풍향계로도 손꼽힌다.
그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에코 백래시’는 향후 기후변화 대응에서 벌어질 첨예한 사회갈등의 예고편이기에 심상치 않다. 전 세계 노동인구 25%가 기후변화로 일자리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도 석탄화력발전 감소로 수천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 정교하고 치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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