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일본 대학생들에게 “미래 위해 용기 내자”…‘과거사’ 논란 위에 쌓은 ‘미래’ 메시지

유정인·유설희 기자 2023. 3. 1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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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도쿄 게이오대에서 열린 한일 미래세대 강연에서 일본 학생들과 한국인 유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방일 마지막 일정으로 일본 대학생들을 만나 “좋은 친구를 만들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내기 위해 조금 더 용기를 내자”고 말했다. 미래 세대의 중요성과 역할을 강조하면서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통한 양국 관계 개선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강제동원(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전된 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 협력을 강조했다. 해소되지 않은 과거 위에 미래 강조 메시지가 쌓이면서 귀국 후 정치적 부담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도쿄 게이오대에서 ‘우리의 미래를 위한 용기’라는 제목으로 연설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본 메이지 시대의 사상가 우카쿠라 텐신(1863~1913)의 “용기는 생명의 열쇠”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의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한·일 양국 청년 세대의 멋진 미래를 위해 용기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번 일본 방문의 의미는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를 찾아 불편했던 관계를 정상화한 데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양국이 관계 개선과 발전에 노력하는 것이 “양국의 공동 이익 그리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설 핵심은 미래 세대의 중요성과 역할을 강조하는 데 뒀다. 윤 대통령은 “미래세대인 청년 여러분을 위해서도 양국의 발전은 매우 중요한 일”, “미래 세대가 바로 한·일 양국의 미래”라며 청년층 교류 확산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지난 1998년 발표돼 올해 25주년을 맞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언급하며 관계 개선 정당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25년 전인 1998년 이곳 도쿄에서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를 무의미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고 말했다. 그는 “25년 전 한·일 양국의 정치인이 용기를 내어 새 시대의 문을 연 이유가 후손들에게 불편한 역사를 남겨 줘서는 안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고도 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에는 일본 측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가 명시돼 있다. 전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 발언은 강제징용 문제를 명시적으로 언급하거나 새롭게 사과의 뜻을 표하는 방식이 아닌 간접적 입장 표명이라는 점, 극우 성향을 보인 내각 입장을 포함한 ‘전체적 계승’을 밝힌 점 등을 두고 논란이 진행중이다. 윤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강조하는 데는 일본 정부 입장을 ‘사실상의 사과’로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기시다 총리가) 총체적인 담화의 내용, 역사 인식에 관한 담화를 계승한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충분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게이오대 학생 170여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 게 학생들 질문에 답하며 양국 관계의 미래를 두고 의견을 나눴다. 윤 대통령은 “친구 관계에서 서먹서먹한 일이 생기더라도 관계를 단절하지 않고 계속 만나 소통하고 이야기해야 관계가 복원될 수 있듯이, 국가 관계도 그렇게 해야 한다”며 “한·일 양국이 자주 만나 관계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한 학생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알고 싶다’고 묻자 “관계를 더 발전시키고 정상화하려면 자주 만나야 하니 한국을 방문해 달라”며 “제가 취임 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한 것도 김포-하네다 항공노선을 푼 것”이라고 답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도쿄 |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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