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인간이 망가뜨린 생태계 '오랜 주인' 식물에 맡기자

서지혜 기자 2023. 3. 1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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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종으로서 인간은 지구에서 얼마나 오래 생존할 수 있을까.

지구가 생겨난 이래 인간은 가장 우수한 뇌를 가진 종이다.

인간 종이 지구에 나타나고 사라지는 긴 시간을 지켜본 존재는 식물이다.

언급한 8개의 헌법 조항은 사실 지구상 모든 생명체를 위한 권리장전이며 인간은 그저 지구에 거주하며 생물 공동체를 형성하는 수백만 종 중 하나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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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국가를 선언하다 (스테파노 만쿠소 지음, 더숲 펴냄)
[서울경제]

하나의 종으로서 인간은 지구에서 얼마나 오래 생존할 수 있을까. 지구가 생겨난 이래 인간은 가장 우수한 뇌를 가진 종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언젠가는 스스로 멸종에 이르게 할 만한 수 있는 무수한 위험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인간 종이 지구에 나타나고 사라지는 긴 시간을 지켜본 존재는 식물이다. 수백만 년간 인간의 흥망성쇠를 바라보며 식물은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그렇다면 과연 지구의 주인은 인간일까, 식물일까.

과학적 지식을 인문학적 통찰로 해석하는 유쾌한 식물학자 스테파노 만쿠소의 새 책 ‘식물, 국가를 선언하다’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식물 덕분에 존재한다’는 당연한 전제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식물국가’라는 개념을 만들고 이 국가를 지탱하는 8개의 헌법 조항-주권과 평등, 불가침성, 탈중앙화, 생명의 권리에 대한 존중, 깨끗한 물·토양·대기에 대한 보장, 대체 불가능한 자원 소비 금지, 이주의 자유, 상호부조 등-을 이야기한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내용 아닌가. 사실 식물 국가의 헌법은 인간이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주장을 부정한다. 언급한 8개의 헌법 조항은 사실 지구상 모든 생명체를 위한 권리장전이며 인간은 그저 지구에 거주하며 생물 공동체를 형성하는 수백만 종 중 하나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지구는 생명체의 공동주택이며, 인간은 지구를 빠른 속도로 망치는 ‘가장 불쾌하고 성가신 세입자’일 뿐이다. 그리고 이 주택을 지켜나갈 수 있는 힌트를 다시 오랜 주인인 ‘식물’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식물, 동물 등 생명체는 서로 균형을 이루며 급변하는 환경에 필요한 힘과 대항력을 키워 왔다. 그런데 인간이 개입하면서 자꾸만 균형이 깨지고 흔들린다. 이 행성의 슈퍼 포식자인 인간은 급격하게 개체수를 늘리며 자원을 소비하고, 다른 종을 먹어 치운다. 그로 인해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은 자꾸만 빨라진다.

인간이 망가뜨린 지구를 되살릴 수 있을까. 저자는 식물에서 힌트를 찾는다. 그는 “4억5000만 년 전 정점을 찍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갑자기 낮춘 해결사는 다름아닌 갑자기 생겨난 나무숲이었다”며 “다시 지구를 식물에게 맡겨보자”고 말한다. 식물이 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식물로 가득 채우자고. 그리하여 우리의 두 번째 기회를 찾자고 주장한다. 1만8000원.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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