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여섯 왕비 무대 장악력 '완벽' 디테일 부족한 자막은 아쉬워

서지혜 기자 2023. 3. 1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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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여섯 명의 '전직' 왕비들이 있다.

다행히 노련한 여섯 배우의 진행은 그런 자막 때문에 벌어지는 불편함을 순식간에 해소하기에 충분했다.

대형 앙상블도 없는 무대에서 여섯 명의 배우는 각자의 무선 핸드마이크를 들고 쉴새 없이 연기하고, 노래하고, 관객에게 호응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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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더뮤지컬 오리지널 내한공연
26일까지 코엑스 아티움서 열려
금박·보석 등 무대 프레임도 눈길
식스 더 뮤지컬 오리지널 내한공연. 사진제공=클립서비스
[서울경제]

여기 여섯 명의 ‘전직’ 왕비들이 있다. 아라곤, 불린, 시모어, 클레페, 하워드, 파. 이름을 말해도 누군지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들의 남편을 말하면 누구든 무릎을 ‘탁’ 칠 것이다. 이들은 모두 종교개혁을 단행한 영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국왕, 헨리 8세의 아내였다.

기록을 보면 헨리 8세는 총 6번의 결혼을 하고 수많은 스캔들을 남겼다. 상대 입장에서 보면 꽤 불행한 기록이다. 헨리 8세의 마지막을 지켜본 아내 ‘파’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은 ‘이혼 당했거나, 참수 됐거나, 자연사'했다. 여성 편력이 심한 남편 때문에 마음 졸이다 생을 마감한 것. ‘식스 더 뮤지컬(식스)’은 이 여섯 왕비가 ‘누가 헨리8세와 살며 가장 불행했는지’를 두고 펼치는 경연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다소 엉뚱한 주제지만 불행을 딛고 자신을 찾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라도 기립해 박수를 치게 된다.

식스는 지난 2017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거쳐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를 강타한 뮤지컬계의 ‘신성’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신 동갑내기 작곡가 토비 말로우와 연출가 루시 모스가 내놓은 이 뮤지컬은 국내에서 이달 말 초연하는 ‘오페라의 유령’과 맞붙을 거의 유일한 작품으로 주목 받는다. 특히 이번 내한은 오는 31일 전 세계 최초로 막을 올리는 라이선스 한국어 공연 직전 단 3주간 진행되는 ‘귀한 오리지널 공연’이기도 하다.

식스 더 뮤지컬 오리지널 내한 공연. 사진=서지혜 기자

식스는 콘서트형 뮤지컬이다. 때문에 애초에 다른 공연장을 지배하는 과한 엄숙함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관객들은 막이 오르자마자 마치 콘서트장에 온듯 소리 지르며 환호하는데, 이는 많은 관객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 해외 공연을 예습 하며 연출된 분위기다. 이처럼 준비된 관객에 비해 자막의 세심함은 다소 아쉽다. 주로 영화 번역을 진행해 온 번역가는 ‘프로필 사진(Profile Picture)과 달라 왕에게 버림받았다’는 원작의 대본을 ‘프사와 다르다고 까였다’고 바꾸는 등 트렌디한 번역을 선보였다. 하지만 ‘1522년’을 ‘천 오백 이십이’로 표기하거나 간혹 ‘페어(fiar)’처럼 불필요하게 영어를 우리말로 소리나는대로 기재해 관객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부분도 눈에 띄었다. 이번 공연의 자막은 황 번역가의 1차 초벌 번역을 들고 해외 원작자 및 국내 창작진, 프로덕션의 공동 작업으로 최종 자막을 완성했다. 애초에 오리지널 작품 번역은 원작의 의도를 크게 벗어나기 어려운 데다, 원작 극본 자체가 유행어를 곳곳에 담고 있어 코미디를 잘 살리는 데 집중하다보니 벌어진 실수로 보인다.

다행히 노련한 여섯 배우의 진행은 그런 자막 때문에 벌어지는 불편함을 순식간에 해소하기에 충분했다. 대형 앙상블도 없는 무대에서 여섯 명의 배우는 각자의 무선 핸드마이크를 들고 쉴새 없이 연기하고, 노래하고, 관객에게 호응을 유도한다. 넘버는 힙합에서 테크노, 발라드까지 장르를 넘나들고, 금박으로 장식된 무대 프레임과 스와로브스키로 장식된 클레페의 왕좌, 특수 페인트를 덧입혀 완성된 번쩍거리는 무대 바닥은 관객에게 자막으로 눈을 돌릴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내한공연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오는 26일까지 열린다. 한국 배우로 구성된 한국어 공연은 오는 31일부터 6월 26일까지 진행된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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