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 반도체 공급망 한일협력

박윤균 기자(gyun@mk.co.kr),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서진우 기자(jwsuh@mk.co.kr) 2023. 3. 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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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재계 총출동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하자"
전경련·게이단렌 한목소리
韓 5대 그룹 회장 총출동
양국 투자확대·인적교류 강조
尹 "모든 지원 아끼지 않겠다"
일본제철 등 日피고기업은 불참

◆ 尹대통령 방일 ◆

윤석열 대통령(앞줄 왼쪽 일곱째)이 17일 일본 도쿄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양국 주요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 측에선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윤 대통령 왼쪽부터), 김윤 한일경제협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뒷줄 왼쪽 일곱째) 등이 함께했다. 일본 측에선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앞줄 왼쪽 여덟째) 등 경제계 인사가 참석했다. <도쿄/이승환 기자>

일본 도쿄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관 4층 다이아몬드룸. 17일 낮 이곳에서는 한일 양국의 대표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게이단렌이 주도한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가 한창이었다.

행사장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스미토모화학 회장), 사사키 미키오 미쓰비시상사 특별고문 등 한일 양국의 내로라하는 기업인들이 가득했다.

일본에서 유학한 이 회장은 다른 참석자들과 달리 별도의 통역기를 사용하지 않고 회의에 참석해 단연 눈에 띄었다. 한 기자가 이 회장에게 다가가 물었다. "미국 반도체법에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서 대응할 수 있을까요." 이 회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살아보니까 친구는 많을수록 좋고, 적은 적을수록 좋습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짧게는 지난 정부 5년 동안, 길게 보면 한일 셔틀외교 중단 후 12년 가까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한일관계 속에서 마음고생을 한 기업인의 고뇌가 느껴졌다. 그리고 이번 한일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관계 개선을 반가워하는 마음도 전해졌다.

한일 기업인들은 이 회장뿐만 아니라 국제 정세 사이에 낀 한일 양국 기업인 대부분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양국 경제계의 많은 응원과 지지가 정상회담 개최까지 큰 힘이 되었다"면서 "이제 양국 기업들이 협력사업을 더 구체화할 때이며, 정부도 그 과정에서 관심을 갖고 규제도 풀고, 선제적인 지원도 할 테니 한국 정부에 요청할 일이 있으면 기탄 없이 언제든지 얘기해 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협력 분야가 무궁무진함을 강조하면서, "양국 정부는 여러분(한일 경제인)이 마음 놓고 교류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끈끈한 한일관계는 지난 몇 년간 과거사 해법에 대한 견해차로 어려운 상황이 이어져 왔다"면서 "이러한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이번 한일 간 합의는 양국 경제계에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 이상으로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양국 경제계는 상호 투자를 확대하고, 자원 무기화에 대해 공동 대응하며, 글로벌 공급망 구축 과정에서 협력하고, 한일 간 인적 교류를 정상화하고, 제3국 공동 진출을 확대하고, 신산업 분야에서 협력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 교류를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도쿠라 회장도 한국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 제안으로 한일정상회담이 이어진 데 대해 "한일관계의 건전화를 위한 큰 한 걸음이며 일본 경제계도 이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하면서 "일본과 한국이 연계해 지역 평화와 번영을 위해 적절히 대응해 나가야 할 필요성은 더욱더 높아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미래지향적인 시점에 서서 양측이 지혜를 짜내 연계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불가결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양국 경제단체가 조성한 기금은 시작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금을 통한 활동이나 한일 경제계의 재계회의 개최 등을 통해 양국 경제관계 다양화와 긴밀화를 위해 더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당초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동시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는 성사되지 못했다. 대통령실 측은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행사이고, 일본 정부에서 직접 관여하는 행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제징용 배상 소송의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관계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 대신 미쓰비시중공업 계열사인 미쓰비시상사에서 사사키 특별고문이 참석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직접 관련성은 없다. 일본 계열사는 한국 계열사보다 관계가 느슨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윤 대통령과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 한일경제협회장을 맡은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최태원(SK)·구광모(LG)·신동빈(롯데)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가 총출동했다.

일본 측에서는 게이단렌 회장인 도쿠라 회장과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파이낸셜그룹 특별고문, 야스나가 다쓰오 미쓰이물산 회장,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히타치제작소 회장, 고보리 히데키 아사히카세이 회장, 고쿠부 후미야 마루베니 회장, 닛카쿠 아키히로 도레이 사장 등이 함께했다. 일한경제협회 회장인 사사키 특별고문도 참석했다.

한일 대표 경제단체인 전경련과 게이단렌의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4년 만이다.

[도쿄 박윤균 기자 / 서울 박인혜 기자 /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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