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치히로 상’ 리뷰, 외로움에 익숙한 치히로가 타인을 위로하는 방법
’자신의 과거를 숨기지 않는 전직 성 노동자. 작은 해변가 마을의 도시락 가게에서 일을 시작한다. 인연이 스치는 외로운 영혼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며‘. 영화 ’치히로 상‘의 시놉시스다. 성 노동자라는 단어가 많은 이들의 시청(클릭)률을 유도했겠지만 막상 야한 장면은 없다. 담담하게 치히로의 일상을 스케치할 뿐이다.
치히로는 형편이 어려운 노인에게 도시락을 건네 함께 먹고,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겉돌아 외로워하는 여고생 ’오카지‘(토요시마 하나)의 친구가 되어주는 등 사연이 있는 누구에게나 허물없이 친절을 베푼다. 타인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큼의 적정한 선을 지키면서 말이다. 훌륭한 인성의 소유자다.
치히로는 겉보기에 밝고 긍정적이며 사교적이지만 실상을 외롭고 고독한 인물이다.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홀연히 떠났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동생의 전화에 장례식장에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우리가 봤던 모습과는 상반된 행태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그녀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어린 시절 혼자 김밥을 만들어 먹고 성매매 업소의 ’치히로‘에게 위로를 받은 경험으로 힘을 내며 꾸역꾸역 버텨왔다. 불행한 환경일지라도 타인의 도움으로 삶을 지탱할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달은 것이다. 이 경험이 있었기에 치히로는 고난과 외로움에 처한 이들을 위로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그럼에도 치히로는 또다시 외로움을 선택한다. 마을 사람들과 진심을 나누고 유대감을 형성했음에도 말이다. 안정을 택하지 않고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홀연히 떠난다.
영화는 치히로의 삶을 통해 외로움과 고독, 순응과 회피, 결핍과 유대, 안정과 불안정 등 인간 본연의 특성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어떠한 삶이든 존중 받아 마땅하다는 것, 각자 주어진 환경에서 행복을 찾아가면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최따미(최다함) 우버객원칼럼니스트(영화 인플루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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