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에 목 찔리고도 근무한 경찰 "동료·팀장 외면 더 원망스러워"

김혁준(kim.hyeokjun@mk.co.kr) 2023. 3. 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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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동범 제압 과정서 큰 부상
응급처치만 하고 조서 작업
병원도 직접 찾아 상처 치료

출동 현장에서 흉기에 목을 찔린 경찰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계속 근무해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7일 부산경찰청과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5시께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시끄럽다는 신고가 접수돼 30대 A경위가 20대 경찰관과 함께 출동했다. 경찰이 도착하자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던 B씨는 욕설을 하며 위협적인 태도를 보였고 제압하는 과정에서 흉기를 휘둘렀다. 당시 B씨는 A경위가 발사한 테이저건을 맞았지만, 테이저건의 침이 외투에 걸려 제대로 제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혈이 심했던 A경위는 병원에서 응급처치만 받고 지구대로 돌아왔다. 현기증을 느끼던 A경위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인 '킥스(KICS)'에 사건 정리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것을 파악하고 직접 피해자 진술 조서와 흉기 압수물 조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8시 문서 작업을 마치고 피를 흘리며 가족과 병원을 찾은 A경위는 성형외과에서 전치 3주 진단을 받았고, 신고 접수 12시간여 만에 귀가했다. 당시 지구대에는 A경위를 포함해 모두 5명의 경찰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경위는 블라인드에 심정을 토로하며 "수술이 다 끝나고 누워 있는데 국가를 위해 일하다 다쳤는데 혼자 병원을 찾아와야 하고, 팀장은 뭐 했는지, 동료들도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을 알린 다른 경찰관 C씨는 "매뉴얼상 부상자는 서류 작성에서 배제하고 치료를 먼저 시켜야 한다"며 "가벼운 부상도 아닌데 흉기에 목을 찔린 상태에서 서류 작성을 시킨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찰관이 피습되면 팀장이 지구대장에게 보고하고 경찰서장에게까지 보고됐어야 하는데 직접 병원을 찾은 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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