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삼성코인'은 없다
"순수한 호의는 돼지고기까지예요. 대가 없는 소고기는 없습니다."
어느 돼지고깃집에 걸려 있다는 유명한 우스개다. 잘 모르는 누군가가 이유 없이 잘해주면 일단 이 말을 떠올리며 '경계'할 일이다. 특히 소고기 사주듯 '큰돈 되는 정보'를 알려준다고 하면 필시 노리는 게 있어서다. 열 중 아홉은 아마 피 같은 내 돈을 노리는 사기범일 것이다.
'삼성코인' '이재용 코인' 사기가 다시 기승이다. 삼성 로고까지 박은 가짜명함을 내밀고, 삼성페이 연동 프로젝트라는 기밀문서를 보여주면서 당신에게만 '투자 기회'를 준다고 꼬신다. 다음달에 국내 유명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인데, 상장되면 1000% 오르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호들갑을 떤다. 뉴스로도 다 나왔다면서 인터넷 화면을 보여주는데, 이는 실제 보도된 다른 기사의 단어만 바꿔놓은 가짜뉴스다.
뻔한 수법에 속을 사람이 있겠나 싶지만, 많은 피해자들이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을 사기당했다. 유튜브 광고와 스팸 문자를 보고 호기심에 연락했다가 돈을 날린 사람들이 많다. 1000만원을 송금하고 코인을 받은 뒤, 뭔가 이상해서 삼성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확인한 뒤에야 피해 사실을 알았다는 사람도 있다. 수법은 기존 폰지 사기와 비슷한데 그럴듯한 코인 용어를 갖다 붙인다. 신입회원을 소개하면 '에어드롭'으로 추가 코인을 주고 '록업'이 걸려 있어 몇 달간 인출을 못 한다고 한다. 수익이 불어나는 것처럼 속여 추가 입금을 유도한 뒤, 목돈이 되면 문을 닫고 사라지는 것이 사건의 결말이다.
내 돈 벌기도 바쁜 세상에, 남의 돈 벌어준다는 착한 사람들이 어디 있겠나. 삼성이 코인을 발행할 리도 없지만, 정말 삼성코인이 나온다면 주요 신문 1면과 3면에 대문짝만하게 도배될 것이다. 정체 모를 유튜브 채널이 아니라 방송 뉴스에서 하루 종일 몇 번이고 알려줄 것이다. 그러니 제발 속지 말자. 진짜 돈 되는 정보는 제 발로 나를 찾아오지 않는다. 주말에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리면서 절대 현혹되지 마시라고 전했으면 한다. 도처에 사기꾼이고, 나쁜 놈들 천지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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