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와 견제'…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美·中의 엇갈린 반응

미국 "관계 진전 환영… 적극 지지" 한미일 협력 강화 기대
중국 "한중일은 중요 파트너… 폐쇄적·배타적 소그룹 반대"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3.3.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16일 열린 한일정상회담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두 정상이 '미래지향적 협력' 의지를 재확인한 이번 회담 결과와 관련해 미 정부는 한미일 3국 협력 강화의 발판이 조성됐단 판단에서 재차 환영 의사를 밝힌 반면, 중국 당국은 자국 견제의 강도가 세질까 봐 내심 경계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과 △일본발(發) 수출규제 강화조치 해제 등에 공감하고, △그간 '종료 유예' 상태였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법적 지위 정상화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일은 한일 양자 차원에선 12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서 지난 2018년 우리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과 그에 따른 일본 측의 반발로 악화일로를 걸어왔던 양국관계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기조가 투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국내 여론 악화 등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측의 법적 부담을 덜어주는 '제3자 변제' 방식의 배상 해법을 제시한 뒤 그에 대한 '호응'을 기대하며 이번 정상회담에 임했다.

미 정부는 16일(현지시간) 이번 한일정상회담과 관련해 "한일이 새로운 상호 이해를 지속적인 진전으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라며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여기엔 중국과의 전방위 패권 경쟁 과정에서 역내 주요 동맹국인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관계 개선이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AFP=뉴스1

반면 중국 당국은 회담 당일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중국·일본·한국은 서로의 중요한 경제·무역 파트너"라며 "중국은 일부 국가가 '폐쇄적·배타적인 소그룹'을 만드는 걸 반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왕 대변인이 언급한 '폐쇄적·배타적 소그룹'은 미국 주도의 쿼드(미·일·호주·인도) 협의체나 한미일 3국 간 협력 강화 움직임 등을 뜻한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중국 당국은 최근 미국을 방문한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 등이 '쿼드 실무그룹 참여 가속화'를 얘기했을 때도 "관련 국가는 대립을 부추기거나 배타적 소그룹을 만들지 않길 바란다"고 경계했다.

한일 간엔 여전히 과거사 문제를 비롯해 다수의 갈등 현안이 남아 있는 상황이긴 하나, 양국의 대외정책 방향이 사실상 '미국과의 코드 맞추기'를 지향하고 있고, 동시에 서로의 보폭을 좁히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단 점은 "중국으로선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란 게 관련 전문가들의 중평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 당국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미국에 지나치게 경도되지 않도록 견제하고 관리하는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미국이 중국을 억제하고 일본도 그에 동조하는 노력을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중국은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조치에 대한 경계심을 계속 높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소장은 "한미일 3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구도가 고착화된다면 중국은 이를 위협으로 받아들여 불쾌감을 표시하는 건 물론, 나아가 제재나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도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