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위 결국 파행…“태극기 거부하나” “북한의 꼭두각시”

조문희·신주영 기자 2023. 3. 17. 16: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국방위원들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 서노트북에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수 없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부탁하자 한기호 위원장이 회의 개최를 거부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가 17일 파행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 비판 구호를 자리 앞에 붙이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하며 회의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애국심의 상징인 태극기를 거부한다”며 국민의힘을 지탄했다. 국민의힘은 “북한의 꼭두각시놀음”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충성의 방탄쇼’”라고 맞섰다.

한기호 국방위원장은 이날 국방위 회의장에서 “전체회의를 개의하려고 했으나 양당 의견차로 인해 개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못한 전체회의는 23일 오전 9시30분에 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국방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었다.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들이 이날 개의 전 각 자리에 놓인 노트북 뒷면에 태극기와 함께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는 없다”는 구호를 부착하면서 갈등이 생겼다. 국민의힘 위원들은 민주당이 정치적 구호를 붙였다며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국민의힘 소속인 한 위원장은 “작년에도 국감을 피켓 때문에 진행하지 못한 적이 있다”며 “(민주당이) 원인 제공을 했다. 피켓을 제거하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위원들은 “표현의 자유가 있는데 이거 붙여놔서 안 들어온다는 것은 지나친 태도”(설훈 의원)라며 반발했다. 한 위원장이 “10분이 경과했는데 언론이 다 취재했다.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켓 제거를 독려했지만,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저에 대한 모욕”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한 위원장이 “사과 못 한다”고 회의장을 나서면서 회의는 오후로 미뤄졌다.

오후에도 양당은 거듭 신경전을 벌였다. 회의장에는 민주당 의원들만 참석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보이지 않았다. 양당 간사들이 비교섭단체 몫 국방위원인 배진교 정의당 의원을 포함해 오후 3시 개의를 목표로 협의했으나 결국 회의 개최는 불발됐다.

민주당 국방위원들은 “애국심의 상징인 태극기를 거부하는 국민의힘의 주장에 어처구니가 없다”며 맞받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일본에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역사에 치욕으로 남을 굴욕적인 정상회담을 가졌다”며 “이런 굴욕적인 날에 태극기의 의미, 우리나라의 자존심, 우리 선조들의 헌신을 되새기려 했던 것”이라고 태극기 부착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지소미아 정상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구상권 청구 포기 등을 비판하고 일본의 강화된 독도 영유권 주장에 군이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소속 국방위원들은 이에 맞서 “국방위가 정식 개의되는 동안에는 양당이 합의하지 않은 그 어떤 피켓도 부착하지 않는 것이 전통”이라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들은 회의 파행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ICBM 도발은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에서 기인한 ‘갓끈전술’ 차원의 도발이고, 민주당과 좌파연합의 죽창가 선동은 이에 대한 호응이자 공조”라며 ‘친북’ 프레임으로 맞섰다. 또 국방위 소속인 민주당 이 대표가 이날 재판으로 인해 회의에 불참한 것을 거론하며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선동”이라고 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