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창업주, 삶의 편린들 시대를 앞서간 그의 식견
"창업주를 감히 그 영웅 반열에 올림은 단순히 한 언론 기업의 성공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개척정신, 무에서 유를 일궈낸 근검절약, 새 언론상 창조로 경제정보의 새 지평을 연 공로가 뛰어나다. 그는 그 결과로 경제언론계에서 '신문경영의 귀재'라고 불리게 됐다."
'정도로 성공한 언론인'은 1960년대 대형 신문이 자리 잡은 언론계에 새로운 도전장을 던져 국내 4대 일간지 매일경제신문사를 탄생시킨 정진기 창업주의 이야기를 담았다.
매일경제신문 1기생 출신인 최인수 언론인이 창업주에 대해 쓴 회고록이다. 수습기자 1기로 입사해 20년을 넘게 매일경제에 몸담았던 그가 어깨 너머로 엿본 창업주의 면모를 책 속에 되살렸다.
저자는 "속보 경쟁하지 말고 정확한 정보 경쟁을 하라"고 평소 강조했던 정진기 회장의 언론관으로 서문을 연다. 1929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평화신문, 대한일보 등지에서 기자로 현장을 누비던 정 회장은 1966년 3월 매일경제신문사를 창간했다. 책에 따르면 그는 신문 발행 허가를 얻기 위해 공보처를 37번이나 찾아가는 집념을 보였고 상식을 뒤집는 전략으로 현실의 벽을 하나씩 넘었다. 그렇게 자본금 500만원으로 시작한 무모한 출발이 50년을 훌쩍 넘어 국내 굴지의 신문사로 성장하기에 이르렀다.
책은 가짜뉴스가 넘치는 현대사회에서 정 회장이 창간 당시 내세웠던 철학과 경영 전략을 전한다.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지 말 것'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것' '독자의 머릿속으로 들어갈 것' '먼 앞날을 내다볼 것' 등이다.
정 회장은 신문이 발간되기도 전에 수습기자를 뽑는 공고에서 '한국 경제의 자립과 번영의 길잡이'라는 명분을 내걸었다. 매일경제 사옥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경구를 내걸고 사원과 함께 그 신조를 지키기 위해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과감히, 끈질기게 도전해 드디어 그 벽을 넘었으며, 새 언론인상(像)을 창조했다는 점에서 기적을 이뤘다고 할 만하다."
저자는 그러면서 "그를 대중 속에 세우고, 행적을 밝히는 것은 그를 사실 이상으로 미화하려는 것도 아니고 폄하하자는 것은 더욱 아니다"며 "그의 체취를 접하며 공유했던 환희와 고뇌를 되새김질하면서 한 신문이 탄생에서부터 걸어온 길을 더듬어 보고자 할 뿐"이라고 전한다.
한 언론사의 역사와 뿌리를 알 수 있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그 시절 우리나라 신문경영의 한 단면을 이해하고 돌이켜 볼 귀한 자료다. 말미에 추천사를 쓴 박관식 소설가는 "정 회장의 경영 전략과 철학은 세월이 한참 흐른 오늘날에도 언론경영의 시금석으로 본받을 만하다"는 글을 남겼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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