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이후 우주 담아내려 … 캔버스에 구슬을 달았다
"모든 건 변화하면서 연결"
다양한 숫자구슬 활용한
실험적 회화 선봬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품었다. 캔버스에 숫자가 적힌 구슬들이 별처럼 불규칙하게 박혀 광활한 우주를 표현했다. 그림에서 떨어진 듯한 구슬들이 바닥에 굴러다니며 관람객 발길을 끌어당긴다. 아이들은 발밑의 콩알 같은 구슬을 굴리며 좋아한다.
리움미술관 입구 바닥처럼 점멸하는 숫자 발광다이오드(LED) 작품 등으로 '디지털 전도사' 이미지가 강한 일본 현대미술가 미야지마 다쓰오(66)가 'Beads Painting(구슬 회화)' 작품을 처음 선보였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펼친 개인전 'Infinite Numeral(무한 숫자)' 현장이다. 거대한 단색화 같은 그림에 가까이 가보면 연필로 촘촘히 그려진 격자무늬 안에 다양한 숫자 구슬이 달려 있다. 금은이나 검정, 빨강, 노랑 등 기본색이 구슬 아래 깔려 성운(星雲)이나 지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미야지마 작가는 "빅뱅 이후 우주를 형상화하고 싶었다"며 "숫자와 숫자가 서로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을 통해 '계속 변화한다' '모든 것은 연결된다' '영원히 계속된다'는 세 가지 콘셉트를 탐구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구슬들이 소우주와 같아 이를 배열해 거시적인 우주를 표현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코로나19로 격리된 기간 작품으로 발전시켰다. 작가는 1999년 제48회 베네치아비엔날레 일본관 개인전에서 2400개의 청색 LED가 점멸하는 작품 'Mega Death'를 선보여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신작은 캔버스에 격자를 그리고 컴퓨터 시스템으로 무작위 추출한 숫자의 구슬을 배치했다. 빈 공간은 완전한 '무(無·Void)', 불규칙하게 칠해진 격자는 'On', 숫자 구슬을 품은 격자는 'Off(정지)'를 뜻한다. 컴퓨터로 숫자를 배치하는 것은 인간의 의식이나 감정을 배제하기 위한 장치다. 그것이 자연 상태에 더 가깝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동안 변화하는 숫자를 디지털 소자로 표현해오던 방식에서 평면 회화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구슬들이 그림에서 흘러내린 것처럼 바닥에 깔았다. 예술이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침투돼 연결되는 순간이다.
"예술은 예술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있고 나서 예술이 있을 수 있다. 사람과 관계를 연결하고 소통하며 예술로 남는 게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동일본 지진 희생자를 위로하기 위한 도호쿠 프로젝트 'Sea of Time' 작품을 지역민 3000명과 함께 10년 계획으로 진행 중이다.
입구 옆 전시장(Blue Baton)에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본격 융합된 공간이 펼쳐진다. 'Chaging Landscape/Changing room'(2023)이 전면 창에 바른 미러 필름의 뚫린 디지털 숫자판을 통해 외부 자연광을 실내로 쏘아주면, 맞은편 작품 'C.T.C.S Flower Dance'(2017) 거울에서 LED 숫자판이 점멸한다. 관람객 모습까지 품은 이 공간 전체가 또 다른 작품으로 완성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이 더해져 환상적인 시공간이 열린다. 특히 오후 4시가 절정이다. 전시는 4월 8일까지.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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