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엄마도 ‘연진아’ 해요”...독보적 악역 연기한 임지연
“요즘 어딜 가도, 심지어 집에서 엄마도 저를 ‘연진아’라고 부르세요.”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학교폭력 가해자 박연진 역을 맡은 배우 임지연이 “인기를 실감한다”며 활짝 웃었다. 극중 문동은(배우 송혜교)이 수없이 내뱉은 대사 “연진아”는 올들어 나온 최대 유행어 중 하나다. “멋지다, 연진아!”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 등 김은숙 작가의 말맛 나는 대사, 송혜교의 덤덤한 내레이션도 역할이 컸지만, 무엇보다 임지연이 ‘인생 연기’로 빌런 캐릭터를 잘 살린 결과다. 그를 17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짓밟고 괴롭히는 연진의 극악함, 극중 가해자 집단 5명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악한 이 캐릭터는 “세상 사람들이 다 나를 미워했으면 좋겠다”는 각오로 탄생했다. “대본 보고 준비하면서 처음 든 생각이에요. 내가 (배우로서) 세상 사람들의 사랑을 온전히 받기는 쉽지 않았지만, 미움 받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란 생각으로요.”
연기 인생에서 악역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품 공개 사흘 만에 넷플릭스 톱10 차트 1위에 오르며 국내외 반응이 뜨거운 만큼, 대중에게 이 정도 관심을 받게 된 것도 유례가 없다. 임지연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으로, 2014년 영화 ‘인간중독’ 주연에 캐스팅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 후에도 여러 작품을 거쳤지만, 2016년 MBC 주말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에서 착하디 착한 탈북 여성 ‘미풍’ 역이 대중에게 각인된 정도다. 그랬기에 ‘더 글로리’에서 상대를 깔보며 “알아들었으면 끄덕여”라고 말하는 임지연의 비열한 얼굴은 전에 없이 새롭고 놀라웠다.
“항상 악역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한번도 기회가 없었어요. 나중에 내공 쌓인 배우가 된다면 기회가 올까 막연한 생각만 하다가 너무 마음에 드는 악역을 만났죠. 김 작가님은 제게 ‘넌 진짜 착하게 생겼는데 천사 같은 얼굴에 분명 악마의 뭔가가 있을 것 같아’라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애정을 쏟아 빚어낸 캐릭터인지라, 결국 동은이 짜놓은 복수의 판에서 파멸하는 모습을 연기하면서는 “많이 무너졌고 많이 울었다”고도 털어놨다. 연진이 살인죄로 교도소에 갇힌 뒤, 같은 감방 실세에게 괴롭힘이라도 당한 듯 눈물을 삼키며 기상캐스터 흉내를 내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자신이 동은에게 저질렀던 것을 돌려받는 결말 속에, 평생 악행의 우산이 돼준 엄마도, 사랑하는 딸도 곁에 없다. 울분에 받친 듯, 허망한 듯 복잡한 감정이 분출된다. “연진에겐 죽음을 맞이하는 것보다 감옥 안에서 분해 하면서 살아갈 모습이 더 큰, 최고의 벌이라 생각해요. 몇 달 동안 준비한 장면인데 원한 만큼 나와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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