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피하려 대진표 변경? 오해 부른 WBC 모호한 단서 규정

김영준 기자 2023. 3. 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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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진표의 모호한 단서 조항이 ‘대진표 수정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WBC를 주관하는 MLB(미 프로야구) 사무국은 미국의 결승 진출을 돕기 위해 대진표를 수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이 준결승에서 ‘강팀’ 일본을 피할 수 있도록 대진에 손을 댔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은 대회 전 공지된 대진표에 명시돼 있던 모호한 단서 조항에서 비롯됐다. 이번 WBC 8강 네 경기는 일본 도쿄와 미국 마이애미에서 두 경기씩 치러진다. 도쿄에서 1경기(A조 1위-B조 2위)와 2경기(B조 1위-A조 2위)가, 마이애미에서 3경기(C조 2위-D조 1위)와 4경기(C조 1위-D조 2위)가 열린다. 기존 대진표에는 “(8강 개최국인) 일본과 미국이 8강에 오를 경우 조별리그 순위와 관계 없이 (각 지역에서 열리는 8강 두 경기 중)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play the second quarterfinal game)”는 단서 조항이 있었는데, 일본과 미국이 편성되는 경기가 달라진다는 것인지, 경기 시간만 뒤로 배치한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대회 전 공지됐던 WBC 대진표. 우측 하단에 영문으로 "일본과 미국이 8강에 오를 경우 조별리그 순위와 관계 없이 '8강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play the second quarterfinal game)"라고 적혀있다.

일본의 경우, B조 1위로 8강에 올라 애초에 2경기에 편성되면서 이 단서 조항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이 예상과 달리 C조 2위로 8강에 오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미국이 8강 3경기에 편성되고 경기 시간만 4경기보다 뒤에 열리는 것이라면, 준결승에서 일본을 피해 8강 1경기를 이긴 쿠바와 맞붙게 된다. 반면, 미국이 8강 4경기에 편성되는 것이라면 준결승 진출 시 8강 2경기에서 승리한 일본과 맞붙는다.

이 점에 대한 명확한 설명 없이 MLB 사무국은 미국을 3경기에 넣고 경기 시간만 4경기보다 뒤로 배치한 편성표를 내놓았다. 기존 대진표에 있던 단서 조항도 없앴다. 미국이 일본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결승전에서 맞붙는 경우밖에 남지 않았다.

일본으로서도 준결승에서 미국을 피하는 게 나쁘지 않지만, 예상했던 대진이 갑작스레 달라지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본 취재진은 16일 이탈리아와의 8강전을 앞두고 MLB 관계자에게 “미국이 8강에 오른다면 8강 4경기에 편성되는 것 아니었느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나 MLB 관계자는 “잘못된 정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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