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대신 원수를 갚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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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물길로 수놓여진 도시들로 유명한 중국 저장성에는 고대에 월나라가 있었습니다.
복수를 위해 타국의 군대를 끌고 모국을 침략한 오자서, 섶 위에서 자고 쓸개를 맛보며 원한을 새긴 오나라왕 부차와 월나라왕 구천 등 고대 중국에서 가장 유명했던 복수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이곳에 당도합니다.
16살 아들은 아버지가 남긴 또 다른 검을 들고 왕에게 복수하고자 하나, 그의 성정은 쥐 한 마리 잡지 못할 정도로 유약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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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물길로 수놓여진 도시들로 유명한 중국 저장성에는 고대에 월나라가 있었습니다. 복수를 위해 타국의 군대를 끌고 모국을 침략한 오자서, 섶 위에서 자고 쓸개를 맛보며 원한을 새긴 오나라왕 부차와 월나라왕 구천 등 고대 중국에서 가장 유명했던 복수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이곳에 당도합니다.
이 지역 출신인 중국 근대문학의 아버지 루쉰(1881~1936)은 옛 복수 이야기 하나를 ‘주검’(鑄劍·검을 벼리다)이란 단편으로 새롭게 쓴 바 있습니다. 대장장이는 왕의 명령으로 명검을 만들어 바치나, 더 좋은 검을 만들까 겁낸 왕은 대장장이를 죽여버립니다. 16살 아들은 아버지가 남긴 또 다른 검을 들고 왕에게 복수하고자 하나, 그의 성정은 쥐 한 마리 잡지 못할 정도로 유약할 따름입니다. 그런 그의 앞에 “대신 원수를 갚아주겠다”는 남자가 나타납니다. 아들이 스스로 넘긴 아들의 머리와 검을 들고 왕을 찾아간 남자는 끓고 있는 커다란 솥에 아들의 머리를 넣어 왕을 유인합니다. 그리고 왕의 머리를 잘라서 솥에 넣고, 이어 자신의 머리까지 잘라서 솥에 넣습니다. 어떤 게 누구의 머리인지 구분할 수 없어, 사람들은 세 머리를 모두 왕으로서 장례 치르게 됩니다….
복수에는 아무런 영광도 없습니다. 누군가를 파멸시키겠다는 마음은 나의 영혼을 갉아먹고, 끝내 나 자신도 파멸시킬 것입니다. 설령 복수에 성공한다 해도, 그것은 나를 향한 또 다른 복수를 낳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혈해심구(血海深仇)를 묻어둘 수만은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에겐 우리 ‘대신 원수를 갚아줄’, “원수 갚는 데 명인(名人)”이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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