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까운 이웃, 북한 적”…‘中→日’순에서 ‘日→中’ 순으로 [랭킹쇼]

이상훈 전문기자(karllee@mk.co.kr), 이민형 2023. 3. 1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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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2022 국방백서, 무엇이 달라졌나
국방부가 지난달 16일 ‘2022 국방백서’를 발간했다. 사진은 ‘2020 국방백서’ 본문(왼쪽)과 ‘2022 국방백서’ 본문. 2023.2.16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윤석열 정부 첫 국방백서인 ‘2022 국방백서’가 발간됐다. 2년마다 발간되는 국방백서는 정부의 대외 기조를 나타내며 국방 정책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2022 국방백서’는 “일본은 가장 가까운 이웃”, “북한은 우리의 적” 등의 표현이 사용됐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발간된 ‘2020 국방백서’와 큰 차이를 보인다.

1. 尹 대외 기조 나타내

국방백서는 제5장 1절 ‘국방교류협력 심화·확대’ 부분은 ‘한·일 국방교류협력’ 파트로 시작하며 “한·일 양국은 가치를 공유하며, 일본은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미래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할 가까운 이웃 국가이다”라고 서술했다. 지난 2020년 국방백서에서는 중국-일본-러시아 순이었던 국방교류협력 관련 서술이 이번에는 일본-중국-러시아 순으로 달라진 것이다. 함께 제시된 사진도 한일 국방장관회담 사진에서 한미일 국방장관회담 사진으로 바뀌며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2020 국방백서에서 문재인 정부는 “일본은 양국 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이웃 국가”로 기술하는 데 그쳤다. 2019년 한국을 일본의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에 양국 관계의 격을 낮춘 것이다.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에 관해서도 2020 국방백서는 “언제든지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고 표현했지만, 이번 2022 국방백서에서는 “2019년 11월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하여 그 이후 필요한 정보교류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온도차를 보였다.

주요국을 바라보는 범위도 확장됐다. 2020 국방백서는 동북아에서의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 심화를 이유로 한반도 주변 4국인 러시아, 미국, 중국, 일본을 주요 국가들로 제한했다. 그러나 2022 국방백서는 미국이 독자적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제시하며 중국을 적극적으로 견제하겠다고 나섬에 따라 “동북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주요 국가들과의 전략적 협력을 심화해가고 있다”고 밝히며 쿼드(Quad) 국가인 인도, 호주를 추가한 6개국으로 주요 국가를 확장했다.

2. 북한 정권=적, 재등장

그동안 국방백서의 ‘주적 개념’은 북한의 무력도발 및 국가 안보 상황에 대한 평가에 따라 정권마다 추가되거나 빠지는 과정을 반복해왔다. 지난 1994년 남북특사교환 실무접촉에서 북측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계기로 1995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상정”한다고 처음 명기됐다. 이후 노무현 정부가 발간한 2004 국방백서에서 적 내지 주적이라고 한 규정이 사라졌다가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을 계기로 그해 발간된 백서에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란 표현이 재등장했다.

박근혜 정부의 2016 국방백서까지 유지된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라는 규정은 문재인 정부의 2018, 2020 국방백서에서 사라지고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문구로 대체됐다. 특히 2020 국방백서는 “남과 북은 군사적 대치와 화해·협력의 관계를 반복해왔으나, 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새로운 안보환경을 조성하였다”고 작성돼 남북 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진전됐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윤 정부의 2022 국방백서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라며 주적 개념을 6년 만에 부활시켰다. 이는 “북한이 2021년 개정된 노동당규약 전문에 한반도 전역의 공산주의화를 명시하고, 2022년 12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한국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했으며, 핵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군사적 위협을 가해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3. 직책 뺀 ‘김정은’으로 표기

2020 국방백서에서는 사라졌던 우리 군의 공격, 방어, 응징보복 능력과 태세를 보여주는 ‘한국형 3축 체계’ 용어도 2022 국방백서에 다시 등장했다. ‘한국형 3축 체계는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되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를 합쳐 ‘핵·WMD 대응체계로, 3축 체계 가운데 선제타격 체계인 ‘킬체인과 ‘대량응징보복을 묶어 ‘전략적 타격이라는 표현으로 국방백서에 순화해 사용했다.

2020 국방백서는 용어의 개념을 설명하는 수준에서 작성돼 ‘국방부가 북한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2022 국방백서는 ‘킬체인을 통한 자위권 행사능력 확보’, ‘복합 다층 미사일방어체계 구축, ‘압도적 대량응징보복능력 강화 부분이 추가돼 우리 군의 강화된 대응능력을 강조했다. 체계별 능력과 태세 구축 방향, 군 당국의 노력 등을 설명하는 데 기존 0.5페이지에서 10배 늘어난 5페이지를 할애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인 3축 체계 강화 의지를 보여줬다.

2022 국방백서는 문재인 정부의 국방·안보 측면의 대북 유화적 색채를 지운 게 특징이다. 이번 백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호칭도 기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서 직책을 뺀 ‘김정은으로 바꿨다. 국방부는 이번 백서를 발간하면서 “2022 국방백서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구현하기 위한 ‘힘에 의한 평화 기조 아래 우리 군의 능력·태세 강화 노력과 강력한 대응 의지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께서 북한 위협의 실체와 엄중함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고 밝혔다.

[이민형 인턴기자/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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