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추운겨울에 소장이 초소 잠가 떨며 근무”

전수한 기자 입력 2023. 3. 17. 11:15 수정 2023. 3. 17. 16:5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8년 가까이 경비원으로 일한 A(72) 씨는 지난 1월 돌연 해고 통지를 받았다.

A 씨는 부당해고 등 관리소장의 '갑질'에 대한 증거 10가지를 모아 고소장을 준비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이에 대해 관리소장은 "근무 성적을 기준으로 계약 종료를 결정했고, A 씨는 이제 외부인이라 초소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관리소장 ‘인사갑질’
경비원 징계·해고 막강한 권한
울며 겨자먹기 부당지시 수행
“입주민보다 소장이 더 무서워”
지난 1월 자물쇠로 닫힌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의 경비초소에 부당 해고를 주장하는 경비원의 호소문과 “힘없는 경비원에게 갑질하지 맙시다”라는 주민 메모가 붙어 있다. A씨 제공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8년 가까이 경비원으로 일한 A(72) 씨는 지난 1월 돌연 해고 통지를 받았다. 그간 의견 차이 등으로 악감정이 쌓인 아파트 관리소장 측이 일방적으로 근로계약 종료 통지서를 내밀었다는 것이 A 씨의 주장이다.

이에 반발한 A 씨가 계약 종료 다음 날에도 시위성으로 출근하자, 관리소장이 그가 근무하던 경비초소를 자물쇠로 잠갔다. A 씨는 “추운 겨울 초소에 들어가지 못한 채 야외 의자에서 벌벌 떨며 근무했다”고 말했다. 자물쇠가 채워진 초소엔 “힘없는 경비원에게 갑질하지 맙시다”라고 쓴 주민의 쪽지가 붙기도 했다. A 씨는 부당해고 등 관리소장의 ‘갑질’에 대한 증거 10가지를 모아 고소장을 준비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A 씨는 “늙은 몸으로 혼자 싸우기엔 너무 길고 버거운 싸움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관리소장은 “근무 성적을 기준으로 계약 종료를 결정했고, A 씨는 이제 외부인이라 초소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리소장 갑질’을 주장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강남 대치동 아파트 경비원 사건을 계기로, 경비원들 사이에서는 “입주민 갑질보다 관리소장 갑질이 더 무섭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021년 입주민들의 사적 심부름 등을 금지하는 이른바 ‘경비원 갑질 방지법’이 제정됐지만, 징계·해고와 관련한 관리소장의 ‘인사 갑질’을 처벌할 조항은 없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동주택관리법을 보면,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300세대 이상 아파트 등)의 관리소장은 공동주택의 운영·관리 등을 총괄한다. 이 법 제65조에는 경비업자(경비원을 파견하는 용역업체)가 경비원을 관리하도록 규정하지만, 현실에서는 관리소장이 경비원을 감독하고 인사에 적극 개입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모든 파견 인력을 관리할 수 없는 용역업체를 대신해 관리소장이 현장 감독을 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마음에 안 드는 경비원을 해고하라고 종용하는 등 부당한 인사 개입을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강남구 한 아파트의 경비원은 “입주민들로부터의 갑질은 요새는 거의 없지만, 계약보다 20분 일찍 출근하라는 등 인사권을 쥐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관리소장이 더 무섭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시행된 경비원 갑질 금지법도 대리 주차 등 입주민들의 사적 심부름만을 규제할 뿐 관리소장 등의 인사 갑질에는 대응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임득균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경비원을 부당해고하는 등 인사권을 남용하는 악질 관리소장들이 있다”며 “갑질 방지 방안 및 처벌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