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 6024명, 모든 1인가구 찾아간 노원구…방문 거부자와 유대 고민[서울25]
# 허리디스크로 출근은 물론 거동도 어려워 고립됐던 50대 A씨는 구청 직원의 방문으로 상담을 받은 후 서울형 긴급지원으로 생계비를 받았다. 우울증도 파악돼 정신과 진료를 권유받아 치료를 시작했다. 집에는 스마트플러그를 설치해 전력 사용량으로 동주민센터에서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 손목과 허리 수술로 경제 활동이 중단된 주민 B씨는 가족과 교류도 끊긴 상태였다. 지역 돌봄단의 방문을 통해 다가구 지하층에 거주 중인 상황에 따라 주거급여를 받고, 일시 재가 서비스로 청소와 세탁, 주 2회 밑반찬 지원 등 장기적 돌봄도 받을 수 있게 됐다.
노원구가 지역 내 이 같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1인가구 6024명을 전수조사했다고 17일 밝혔다. 지역 공동체가 약 100일간 총동원된 대장정이었다. 고립 가구 특성상 방문을 거부하는 이들과 유대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도 남았다.
2020년 27.8% 수준이었던 노원 지역의 1인가구는 지난해 35.1%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지난 3년간 발생한 고독사 18건을 보면 70대 이상 고령층이 61.1%, 50~60대가 38.9%다.
이에 노원구는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 사회적으로 고립된 6024명을 발굴해 모두 만나보기로 했다. 주거와 경제, 건강 상태는 물론 사회적 관계망과 마음 건강 등을 파악해 잠재적 위험 가구에 대한 조기 개입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서다.
실태조사는 사전에 안내문을 발송한 후 대면으로 만다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복지플래너와 통반장 등 지역의 복지 공동체가 총동원됐다. 지난해 방문을 거부한 1803명을 포함해 소득에 상관없이 고립 상태로 파악된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했다.
53%(3179명)은 실태 조사를 마쳐 1827명은 심층 상담 후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했다. 공적급여(227건), 복지관 등 민간 서비스(861건), 안부 확인(570건) 등에 연결한 것이다.
노원구는 이번에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2090명을 지속해서 지켜볼 예정이다. 특히 방문을 거부하는 주민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며 거부감을 줄이고 유대관계를 형성할 방안도 고민한다. 대상자가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생필품을 살 수 있는 ‘나눔가게’ 쿠폰을 월 2회 지급해 상점을 찾았을 때 안부를 확인한다. 요리나 산책 등 외출을 유도하는 사업도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또 고독사 위험이 있는 1911명은 돌봄단이 매주 방문하고, 인공지능(AI)이 주 1회 안부를 확인하며 복지플래너가 상시로 연락하는 등 ‘3중’으로 돌본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이번 전수조사는 지역 복지 공동체가 함께 지역의 사람을 살리는 과정이었다”며 “복지공동체 역할을 강화하고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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