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아카이브(Sports Archives)의 활용과 구축

2023. 3. 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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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준 우석대학교 교수

기록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다. 유럽 중세 사회에서만 하더라도 기록은 단지 영주의 소유권이나 각종 제도적 강제를 증명하는 증빙서류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 이후 기록에 대한 시민적 접근이 일반화되었으며, 시민적 기록 인식을 토대로 하여 비로소 인간 삶과 직결되는 기록의 다양한 발전이 이룩될 수 있었다. 기록은 점차 시민적 권리를 증명하는 중요 기자재로 사용되었고, 관료제의 성립과 더불어 근대적 행정의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공문서로 기능하였으며, 더 나아가서는 시민사회, 시장 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의사소통의 도구로서 일반화되기에 이르렀다. 근대 이후의 이러한 기록 인식 변화는 아카이브(archive)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원래 아카이브는 그리스어에서 파생된 말로 ‘궁전’, ‘정부의 집’을 뜻하고 있으며, ‘그 속에 보관된 기록물’ 자체를 겸해서 사용한다. 고대 그리스의 사람들은 사원에 법률, 조약 등의 기록, 철학자들의 희곡, 올림픽 게임에서 우승한 사람들의 기록 등을 보관하였다. 이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일찍이 기록의 가치에 주목하여 기록을 보존 관리함으로써 후대에 전승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해 온 것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지금의 아카이브는 기록관리소와 서고, 혹은 기록을 함께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근대 스포츠는 인류 문화의 발전과정과 맥을 같이하며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왔다. 이제 스포츠는 일상생활과 분리될 수 없는 중요한 문화 현상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 또는 기관 및 조직에서 발생하는 스포츠 행위의 증거물인 스포츠기록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른 기록 방법과 매체의 혁신적 발전은 그 형태마저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 스포츠기록의 변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그 가치 또한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의 스포츠 현장에서 스포츠기록을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한 관심과 시도는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비록 국내 스포츠 관련 기관 내에 기록을 관리하는 조직이나 부서가 존재하고는 있지만 스포츠기록의 가치에 대한 인식의 부재와 체계적인 관리체계 구축에 대한 노력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 스포츠기록의 보존과 관리는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국내의 스포츠분야에서는 스포츠기록의 중요성에 반하여 필요한 수준에서 활용한 후 이를 방치하거나 폐기하는 상황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스포츠기록의 효용성

기록은 대개 기억의 유지와 일의 수행상 특정 목적을 위하여 만들거나 수집한다. 이러한 기록은 적어도 일정 기간 그 목적에 종속된 가치를 가진다. 또한, 기록은 작성 목적 이외의 다른 곳에서 가치가 발현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당사자 간의 가치는 이미 소실되었으나 제3자가 폭넓게 이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스포츠기록은 업무 활용의 가치, 문화적 기억으로서의 가치 그리고 지식정보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구체적으로 우선, 스포츠기록은 업무 활용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스포츠 관련 협회와 연맹에서는 해당 기관의 업무 행위와 관련된 행정적, 재정적, 경제적, 사회적, 법적, 기타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 다양한 기록을 생산한다. 따라서 스포츠기록은 관련 기관이나 각종 경기대회의 효율적 행정과 투명한 운영을 가능케 한다.

다음으로, 스포츠기록은 문화적 기억을 전승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스포츠기록은 개인 또는 기관의 스포츠 관련 행위나 업무 활동의 기억을 다양한 매체로 기록화한 것이다. 따라서 스포츠기록은 스포츠와 관련한 개인의 행위나 관련 기관의 업무 행위를 증빙하고 이를 전승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포츠기록은 지식사회 속에서 지식정보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기록이야말로 여러 데이터, 정보, 지식을 활용하면서 인간의 지적인 사고 활동을 거쳐 생성되고, 생성된 기록 역시 지식 창출을 위한 정보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포츠기록은 각종 경기대회와 경기내용 그리고 특정 경기인에 대한 정보 그리고 경기력 향상의 정보로써 활용 가치가 크며, 스포츠 관련 연구자들은 스포츠기록을 학술 연구에 필요한 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 더욱이 스포츠기록은 문화산업이 강조되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스포츠분야의 상품 및 콘텐츠 개발에 있어서 중요한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스포츠 아카이브의 구축을 위한 과제

서구 사회에서는 일찍부터 스포츠기록 유산을 문화유산으로 규정하고 이를 관리 및 전승하기 위한 스포츠 아카이브를 구축해왔다. 선진 사례를 살펴볼 때 국내의 스포츠 아카이브는 스포츠역사의 전승 기관, 스포츠정보의 제공 센터, 스포츠 지식 창출의 저장소로서 기능해야 한다. 비교적 늦은 시점이지만 국내에서도 스포츠기록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스포츠 아카이브의 구축이 시급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스포츠기록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1999년 정부의 「공공기록물 관리에 따른 법률(약칭: 공공기록물법)」 제정 이후 기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져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유독 스포츠 분야에서는 기록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국내 스포츠단체가 국제 경기대회에서의 성적을 내는 것에만 집중했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하루바삐 스포츠계에서 스포츠기록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이들의 관리가 정책적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국가 단위의 ‘스포츠기록센터’를 설립하여 국가의 스포츠정책 관련 기록은 물론 각종 집행과정에서 발생한 주요 기록을 보존 관리해야 한다. 또한, 스포츠 아카이브는 스포츠분야별 연맹 조직과 개인은 물론 각종 구단을 비롯한 스포츠 개별단체에도 설립하여 해당 분야의 기록을 관리해야 한다. 이렇게 구성한 국가 수준의 스포츠 아카이브와 개별 스포츠 아카이브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운영한다면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스포츠기록을 관리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국내의 스포츠 관련 기관에서는 스포츠 기록의 관리 업무를 한 부서의 하위 업무 영역으로만 인식해왔다. 이에 각 기관에서는 적절한 물적 자원의 확보와 기록관리 업무를 담당할 인적 자원을 확충하는 데 관심이 적었다. 스포츠 아카이브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물적 자원의 확보와 고도의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인적 자원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넷째, 스포츠기록의 특성과 가치를 반영한 체계적인 기록관리 기법의 개발이 필요하다. 국내의 스포츠기록 관리 현실을 고려할 때 스포츠기록의 특성과 가치를 반영한 기록관리 방법의 개발은 가장 소홀히 여겨졌던 분야 중의 하나이다. 기록학계에서 발전시킨 이론을 스포츠기록의 수집, 선별과 평가, 분류와 정리의 영역에 적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섯째, 소장하고 있는 스포츠기록의 홍보와 활용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이용되지 않는 기록을 보존하고 관리할 필요는 없다. 스포츠 아카이브가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소장기록의 홍보와 활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록의 홍보와 활용은 스포츠 아카이브의 운영을 위한 재원 마련에도 일정 부분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며

미국, 호주 등과 같은 선진 기록관리 국가에서는 스포츠기록의 특성과 가치를 인식하여 다양한 수준과 형태의 스포츠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효율적 이용을 위한 정보시스템을 구축하여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실제로 국외의 스포츠 아카이브는 개인 또는 단체로 구축되어 있거나 주제별로 구축되어 있으며, 주제별로는 운동종목이나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이벤트 관련 아카이브들이 존재하고 있다. 일부는 도서관과 같은 유사기관 내에 아카이브가 설치되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유네스코는 전 세계에 산재해 있는 스포츠 아카이브들을 연계할 수 있는 네트워크 체제를 구축하여 협력 체제를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 사회에서는 스포츠기록의 중요성과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한 스포츠 아카이브의 구축과 활용에 관심이 높다. 그러나 국내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 스포츠 위상에 걸맞도록 국내 스포츠분야에서도 스포츠기록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법·제도적 환경의 구비, 인적·물적 자원의 확보, 체계적인 기록관리 방법론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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