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세 때의 사랑… ‘집필’ 양분이 되다[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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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의 최신작이다.
에르노는 독보적인 '자전 소설' 세계를 구축해 왔는데, 이번에도 내밀한 '자신'과 농밀한 '순간'을 주저 없이 드러낸다.
작가는 이 만남을 "일종의 계속되는 창작"으로 규정했는데, 이 지점이 이 책을 그동안 에르노가 밝혀 온 숱한 연애담과는 다른 결을 지니게 한다.
에르노에 따르면 '젊은 남자'는 자신의 임신 중절에 대해 말하는 소설 '사건'을 쓰게 한 계기가 되어 준, 또 다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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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 지음│윤석헌 옮김│레모
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의 최신작이다. 에르노는 독보적인 ‘자전 소설’ 세계를 구축해 왔는데, 이번에도 내밀한 ‘자신’과 농밀한 ‘순간’을 주저 없이 드러낸다. 소설은 작가가 50대에 만난 20대 남성, 즉 ‘젊은 남자’와 사랑을 나누던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다.
유부남 러시아 외교관과의 밀회를 다룬 ‘단순한 열정’의 시기보다 화자는 조금 나이가 들었다. 상대는 서른 살이나 어린 대학생. 그는 쉰 네 살인 화자가 “한 번도 연인에게 받아본 적 없는 정열”을 주었고, 작가는 어느새 육체의 나이도 수치심도 모두 잊은 채 “물의를 빚은 여자아이”처럼 매일 승리감을 맛보았다고 고백한다. 작가는 이 만남을 “일종의 계속되는 창작”으로 규정했는데, 이 지점이 이 책을 그동안 에르노가 밝혀 온 숱한 연애담과는 다른 결을 지니게 한다. 에르노에 따르면 ‘젊은 남자’는 자신의 임신 중절에 대해 말하는 소설 ‘사건’을 쓰게 한 계기가 되어 준, 또 다른 ‘사건’이다. “글을 쓰도록 나 자신을 몰아붙이기 위해 나는 종종 섹스를 했다”거나 “한 권의 책을 쓰는 것보다 더 강렬한 쾌락은 없다는 확신을 갖고 싶었다”거나 하는 고백들이 이를 증명한다. 다시 젊은 날을 사는 것 같았으나, 작가는 그 반복적 쾌락이 슬퍼졌고, 젊은 남자와의 관계를 끊고 글을 쓴다. 소설 ‘사건’을 완성하게 된다.
왜 그토록 ‘자신’을 쓰는 걸까. 책의 시작에 에르노는 이미 답을 내린다. “내가 쓰지 않으면 사건들은 그 끝을 보지 못한다.” 에르노 입문자도, 오래 읽어 온 독자도, 다시 한 번 그의 솔직한 글쓰기에 빠져들게 된다. 함께 수록된 노벨문학상 수락 연설을 읽으면 더 그렇다. 112쪽, 1만2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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