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적이면서도 비극적 삶… 연어가 살지 못하면 지구도 희망이 없다[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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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적이면서 비극적이기도 한 시적인 삶".
책은 "서식지를 해양과 내륙에 모두 의존하는 복잡한 생애 주기"로 인해, 연어만큼 생존 문제에 어려움을 겪는 종도 없다고 설명한다.
책은 연어를 구하기 위해, 즉 지구를 구하기 위한 "평범한 성의와 상식을 동원"한 다양한 조치들을 보여준다.
그 순간, 한 부분도 허투루 읽을 수 없는 책에서 '인간과 연어가 공생하던 시절'을 분석한 여섯 번째 장이, 가장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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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쿨란스키│안기순 옮김│디플롯
“영웅적이면서 비극적이기도 한 시적인 삶”. 강물과 바다를 둘 다 살아내고 생을 마치는 연어에게 책은 이렇게 찬사를 보낸다. 기원전 3000년, 태평양 북서부 사람들의 주식이 된 후 현대인의 식탁에서도 가장 친숙한 이 물고기는, 지구 위 가장 신비로운 생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먹을 때마다 생각하진 않아도 우리는 연어가 얼마나 많은 위험에 맞서, 끝내 주어진 사명을 이루는지 안다. 논픽션 명저인 전작 ‘대구’에서 ‘역사를 바꾼 물고기’에 대해 논한 저자는, 이번엔 연어를 ‘지구 환경의 중요한 지표’로 두고, 인류와 지구의 역사를 살핀다. 인간의 크고 작은 선택들이 생태계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추적한다. 그리고 “연어가 살아남지 못하면 지구 또한 생존할 희망이 거의 없다”고 경고한다.
기후 변화, 종 다양성 소멸과 인공 종 출현, 남획, 원주민 어업 등 책은 연어에 대한 모든 것, 연어를 둘러싼 모든 키워드를 다룬다. 연어의 시선으로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환경에 가한 폭력의 영향을 파악하는데, 결국 저자의 주장은 모든 존재 간의 상호연결성으로 수렴된다. 책은 “서식지를 해양과 내륙에 모두 의존하는 복잡한 생애 주기”로 인해, 연어만큼 생존 문제에 어려움을 겪는 종도 없다고 설명한다. 이쯤에서 우리는 저자의 ‘경고’를 바꿔볼 수 있다. 그러니까, 연어가 괜찮으면 우리도, 지구도 괜찮다.
책은 연어를 구하기 위해, 즉 지구를 구하기 위한 “평범한 성의와 상식을 동원”한 다양한 조치들을 보여준다. 그러나 과거보다 훨씬 엄격해진 어업 규제나 연어 양식의 확산, ‘지속 가능한’ 댐의 건설 등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어의 멸종을 막을지는 의문이다. 우리의 ‘방식’이란 언제나 우리가 처한 상황과 절박함을 따라가지 못하는데, “우리에게 운이 다했다는 공감대가 과학자들 사이에 커지고 있다. 이러한 비관론이 우세한 주요 이유는 필요한 조치를 취할 정치적 의지가 우리에게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다.”
“물고기가 울 때 누가 그 소리를 듣는가.” 저자는 소로의 말을 인용해, ‘갑갑한’ 인류에게 연어로부터 온 메시지를 전하며 책을 맺는다. 강둑으로 내려가 물고기들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 그 순간, 한 부분도 허투루 읽을 수 없는 책에서 ‘인간과 연어가 공생하던 시절’을 분석한 여섯 번째 장이, 가장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물고기를 많이 잡으면서도 우림 어장을 매우 잘 관리해 자원을 조금도 고갈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에겐 ‘하나의 세계’만 있을 뿐, 분리된 세계로서 ‘자연’이 없었고, 심지어 ‘자연’을 뜻하는 단어조차 없었다. 연어와 인간은 같은 세계에 있다. 우리가 ‘운명공동체’라는 보다 적극적이고 확실한 세계관을 갖추지 못한다면, 연어의 삶처럼 단호하고 용감한, 인간의 대책 또한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468쪽, 2만2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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