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3월, 그 시작과 설렘

김숙자 시인 2023. 3. 1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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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몽실 거리던 베란다의 자스민 잎새가 뾰족뾰족 얼굴을 내밀며 3월 신입생들처럼 사랑스러운 이름표를 차고 있다.

어디 그 설렘이 나 하나뿐이랴.

나는 그 때의 암담한 3월 발령을 지금도 추억하면서 내 인생에서 더 없이 큰 가치관을 도출해냈다.'열정의 뜨락에는 항시 흐드러진 꽃송이가 피어난다'는 지론과 함께 '땀방울은 절대 자신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커다란 인생의 가치관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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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자 시인

겨우내 몽실 거리던 베란다의 자스민 잎새가 뾰족뾰족 얼굴을 내밀며 3월 신입생들처럼 사랑스러운 이름표를 차고 있다. 나에게 있어 3월은 늘 설렘으로 다가온다.

난생 처음 학교 교문을 들어서는 신입생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그러했고, 또 새 학년을 하나씩 올라가는 부푼 아이들을 담임해 보면서 또 설레었다. 어디 그 설렘이 나 하나뿐이랴. 아이들은 저마다 한 학년씩 올라가며 누구와 한 반이 됐을까? 담임선생님은 누구실까? 모두가 다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무엇보다 교육을 담당해가고 있는 교사들 역시 3월은 꿈꾸는 듯 기쁘고 설렌다. 그 중에서도 내가 지금껏 잊혀 지지 않는 갯마을 추억 하나를 소환해 내고 싶다.

내가 교육계에서 근무지를 옮기는 발령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내 인생에서 이렇게 머나먼 갯마을로 혹독한 발령을 받게 되는 일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정말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대전에서 생소한 그 갯마을을 가려면 몇 번의 차를 갈아타야 하고, 몇 시간의 고생을 해야 도착하는 암담했던 그 발령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교사에게 그 입지적인 조건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본다. 교사는 여건에 따라 고무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내 급박한 개인적 사정은 뒤로 미루고 아무것도 모르는 갯마을 아이들을 기쁘게 만날 꿈만 꾸고 부임을 했다. 성구미는 바닷바람이 어찌나 심한지 1년에 태극기를 네 번 정도 다시 갈아 달아야 하는 갯마을 가동초등학교였다. 5학급에 100명 채 안 되는 전교생을 바라보며 나는 기쁘게 아이들을 위해 '사랑의 조쇄'를 휘두르기로 다짐을 했다. 모든 건 다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수업이 끝나면 함께 굴도 캐러 가고, 망둥이도 잡으면서 갯마을 아이들과 정을 붙이며 정서 순화를 시켜갔다.

3년 동안 줄곧 아이들의 문학교육에도 철저히 눈높이를 높여갔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이곳 아이들은 '전국 농어촌어린이 글짓기 대회'에서 연이어 전국 대상을 차지하는 등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당진 군내에서 한 번도 하기 어려운 '교사 수업경연대회'에서 해마다 1등급을 따내는 저력도 과시해 냈다.

어찌 좋은 결과가 이것뿐이었으랴. 3년 동안 아이들을 지도하며 써두었던 내 시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갯마을에서 띄우는 노래' 라는 동시가 당당히 당선의 영광을 만난 것이다. 나는 그 때의 암담한 3월 발령을 지금도 추억하면서 내 인생에서 더 없이 큰 가치관을 도출해냈다.'열정의 뜨락에는 항시 흐드러진 꽃송이가 피어난다'는 지론과 함께 '땀방울은 절대 자신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커다란 인생의 가치관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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