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마’ 프림, 현대모비스 우승 청부사 될까?

김종수 2023. 3.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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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지 프림, 현대모비스 특급 외인 계보 잇는다②

 

원년 챔피언(당시 기아)에 빛나는 현대모비스는 이후 주축선수들의 노쇠화로 인해 우승전선에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던중 현대모비스의 운명을 바꾸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등장하니 다름 아닌 양동근이었다. 양동근은 본래 전주 KCC에 들어올 선수였으나 이전 RF바셋과의 트레이드 조건으로 인해 현대모비스에 입단하게 된다.


바셋은 당시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빅맨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당시 우승전력도 아니었거니와 양동근으로 인해 왕조를 구축하게 됐으니 결과적으로 남는 장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양동근은 당시까지 리그를 지배하던 정통 포인트가드와는 결이 달랐으나 자신만의 스타일로 리그를 지배했다. 파워, 스피드를 앞세운 공수에서의 공헌도로 ‘듀얼가드의 시대’를 이끈 장본인이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유재학 감독은 그러한 양동근의 장점을 최적화시키는 플레이를 통해 모비스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특히 양동근의 최고 파트너로 꼽히는 고(故) 크리스 윌리엄스는 그러한 유재학호의 시작이자 마무리로 꼽혔던 최강 외국인선수다. 지금까지도 제러드 설린저, 피트 마이클, 단테 존스, 찰스 민랜드, 크리스 랭 등과 함께 역대 최고 외국인선수중 한명으로 꼽히고 있다.


윌리엄스는 기량도 빼어났지만 양동근이 부족한 부분을 장점으로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현대모비스와 최상의 궁합을 보여주었다. 폭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패스를 동료들에게 건네주었고 복잡한 유재학 감독의 공수전술을 모두 이해하고 실행에 옮기는 만랩 BQ의 소유자였다.


상당수 외국인선수들이 나홀로 플레이를 펼칠 때 윌리엄스는 자신의 공격을 포기하면서까지 동료들을 살려주는데 주력했다. 외국인 포워드지만 윌리엄스가 코트에 나서게되면 이상민, 김승현같은 특급 야전사령관이 있는 듯한 효과가 발생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당시 양동근과의 투맨 게임은 알고도 막기 힘든 전술이었다.


외곽슛 부재 등 슛거리가 짧다는 약점이 있었음에도 이를 상쇄할 다른 기술을 통해 공격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개인기가 워낙 좋은지라 플로터, 훅슛, 언더 슛 등 다양한 슛을 적재적소에서 능숙하게 구사하며 상대 수비진의 맥을 빼놓았다. 포스트업 능력 또한 매우 뛰어나 상대의 사이즈에 상관없이 자리만 제대로 잡았다하면 여유있게 성공시켰다. 공격력과 패스능력을 고르게 겸비한 전천후 사기유닛이었다.


거기에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특유의 센스를 바탕으로 수비시 상대 빅맨 외국인선수들도 곧잘 막아냈다. 당시 루키였던 양동근 역시 윌리엄스와 함께하며 자신의 플레이를 마음껏 펼친 것은 물론 많은 부분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그간 프로농구 역사에서 기량이 뛰어난 외국인선수들은 많았지만 팀을 이기게 만드는 능력만큼은 윌리엄스가 단연 최고였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브라이언 던스턴과 로드 벤슨은 KBL 역대 최고의 외국인 빅맨을 논할 때 빠지지않는 선수들이다. 둘다 현대모비스에서 뛰며 우승에 공헌했다. 앞서 언급한 윌리엄스가 공격에서 야전사령관 역할을 담당하며 팀 오펜스를 이끌었다면 던스턴과 벤슨은 수비에서의 공헌도가 컸다. 이미 팀 내에는 함지훈이라는 강력한 공격형 토종 센터가 있던지라 외국인 빅맨들에게는 수비에서의 활약이 좀더 요구됐다.


던스턴은 ‘KBL판 드와이트 하워드'로 불렸다. 빅맨으로서 신장은 크지 않았지만 긴팔과 좋은 탄력을 바탕으로 블록슛과 리바운드에 능하고 웨이트가 탄탄해 자신보다 큰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보드 장악력에 있어서만큼은 역대 빅맨들을 통틀어서도 손가락 안에 든다고 평가될 정도다.


DB 출신 벤슨은 던스턴만큼 압도적인 골밑 지배력은 가지고 있지 못했으나 수준급 포스트 수비능력에 전천후 디펜스가 돋보였다. 장신(206.7cm)이면서 기동성까지 좋은지라 골밑은 물론 미들라인 근처까지 커버가 가능했고 도움수비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당시 '제2의 던스턴'으로 불렸던 라건아(당시 리카르도 라틀리프)도 빼놓을 수 없다. 비슷한 외모에 뛰어난 수비능력 거기에 속공에 능한 빅맨이라는 점에서 이래저래 던스턴과 비교됐다. 처음부터 잘한 것은 아니다. 현대모비스에서 경험을 쌓아가면서 성장한 케이스인데 특히 제36회 윌리엄존스컵에서 우승을 이끌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당시 득점, 리바운드, 블록슛에서 모두 대회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 MVP까지 수상한 바 있다.


에메카 오카포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모비스에서 뛸 당시 이미 37세로 노장에 속하는 선수였지만 나이가 많지않았으면 KBL에서 보기 힘든 커리어의 소유자였다. NBA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 출신이자 2005년 NBA 신인상에 빛나는 거물 중 거물이었다. 2004년에는 코네티컷대에서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디비전 1 우승을 경험하기도 했다. NBA에서 10시즌 동안 616경기에 나와 평균 12점, 9.7리바운드의 성적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리그에 들어오는 오카포에 대한 기대감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부상과 이후의 후유증, 적지 않은 나이 등으로 인해 예전의 운동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음은 물론 공백 기간까지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저 예전 NBA리거들처럼 이름값만 높은 그저 그런 노장이다는 혹평도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카포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득점력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지만 수비에서만큼은 이름값을 제대로 해냈다. 대인수비는 물론 블록슛, 스틸 등에서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다. 한창 운동능력 좋은 젊은 외국인선수들도 오카포만 만나면 평소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운동능력으로 젊은 선수들과 맞서기보다는 특유의 센스를 앞세워 흐름을 잡아먹었다.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하면서 한발 앞선 수비를 통해 신체능력 저하를 커버했다. 절묘한 타이밍에서 터져 나오는 블록슛이 대표적이다. 오카포의 수비시 움직임은 노련미의 극치를 보여줬다.


미리 좋은 자리를 선점한 이후 매치업 상대가 제대로 공을 못 받도록 괴롭히거나 공수 리바운드를 따냈다. 특히 긴팔을 이용한 손질은 상대 입장에서 매우 껄끄러웠다. 약간의 빈틈만 보이면 공을 쳐내버리는지라 오카포 앞에서 드리블을 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선수가 많았다. 매치업이 길어진다싶으면 상대 선수에게서 실책이 쏟아져나왔다.


영리한 오카포는 대인수비뿐 아니라 팀플레이를 깨트리는데도 능했다. 볼이 어디로 올지 읽어내면서 수비하는지라 이대이 플레이를 막아내는데 능숙함을 보여줬다. 어지간한 패스는 미리 커트시켜 버리고 높이 띄운 패스마저 걷어내기 일쑤였다. 기동력은 예전 같지 않았으나 파워는 남아있던지라 누구와 붙어도 몸싸움에서 쉽게 밀리지않았다.


프림은 라건아의 현대모비스 시절과 종종 비교되고 있다. 플레이 스타일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한창 젊은 나이에 체력과 투지를 앞세워 높은 에너지 레벨을 과시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향후 성장 가능성에서 기대가 크다. 지금도 잘하지만 경험이 쌓여갈수록 기량이 늘면서 더욱 위력적인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이즈와 힘을 앞세운 보드장악력이 좋은지라 KBL에서 롱런하기 좋은 타입이다. 아직 기술적인 면에서는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지만 골밑에서 찬스를 잡으면 메이드 시키는 능력이 좋다. 미드레인지 점퍼도 갖추고있으며 피딩능력도 나쁘지않다. 문제는 다혈질적인 성향이다. 본인은 나름 자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쉽게 흥분하는 성향이 있으며 피가 뜨거워지면 파울이 늘어나는등 플레이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재로서 프림은 ’양날의 검‘이다. 노련하지 못하다는 것은 약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높은 에너지 레벨과 넘치는 투지는 제대로 발휘될 경우 현대모비스 전투력을 상승시켜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 두려움을 모르는 야생마 프림이 올시즌 팀을 어디까지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이청하 기자,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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