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에 '화들짝'…금융당국, 은행 자본 확충 전방위 압박

서상혁 기자 2023. 3. 1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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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2~3분기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부과…위기 대응 능력 미흡한 은행도 추가 적립해야
'블랙스완' 대비할 완충자본 도입도 검토…은행은 "사실상 배당 자제령" 볼멘 소리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은행의 현금인출기(ATM)에서 시민들이 입출금을 하는 모습. 2022.12.2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로 국내 은행도 '금융 리스크'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체력을 키우기 위해 팔을 걷었다.

앞으로 위기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미흡한 평가를 받은 은행은 의무적으로 자본을 더 쌓아야 한다. 이에 더해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같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쳐도 은행들이 버틸 수 있도록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를 도입해 기초 체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은행권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건전성 제도 정비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이번 방안의 핵심은 '경기대응완충자본(Countercyclical Capital Buffer)'이다. 신용팽창기에 은행에 최대 2.5%까지 자본을 추가로 쌓도록 하고, 반대로 신용 경색이 발생하면 자본 적립 의무를 완화해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2016년 도입됐으나 아직까지 경기대응완충자본을 명목으로 쌓은 자본은 없다.

당국은 올 2~3분기중 코로나19 여신 명목으로 추가 자본 적립 의무를 은행권에 부과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급증한 여신이 올해부터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위험 신호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자본 버퍼를 유지하도록 '경기중립적 경기대응완충자본'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경기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본 제도에 경기 중립적 성격을 적용하는 건 모순된다"는 지적이 있지만, SVB 사태처럼 예기치 않은 외부 충격에 대비하려면 필요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이미 영국의 경우 시스템리스크 평가의 어려움을 감안해 지난 2016년 1%의 경기중립 버퍼를 도입했으며, 올 7월부터는 2%로 상향할 예정이다. 스웨덴도 올 6월부터 2%의 경기중립 완충자본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상시적으로 자본 버퍼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은행권은 일정 수준의 자본을 무조건적으로 추가로 쌓아야 한다. 첫 시행인 점을 감안해 1% 수준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기중립적 경기대응완충자본은 현 상황에서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리스크에 대비하자는 취지로, 이미 주요국은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며 "보통주자본비율 요건을 상향하려면 많은 절차가 필요한 반면, 경기중립적 완충자본은 비교적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도 도입한다.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미흡한 평가를 받은 은행은 의무적으로 자본을 추가로 쌓게 하는 내용이다. 스트레스 테스트 등급별로 0.5%, 1%씩 자본을 더 쌓는 식이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고금리, 고환율 등 위기상황을 가정하고 상황 지속 시 은행의 적정자본 유지 여부 등 손실흡수 능력을 점검하는 작업으로, 금융당국은 주기적으로 은행권을 상대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가 미흡한 경우에도 은행에 추가 자본 적립을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구속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경우 대형 은행에 대해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하고 미흡한 은행에 추가 자본 적립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지난해는 30개 은행에 대해 최소 2.5%에서 최대 9%의 자본을 추가로 쌓도록 했다.

금융당국이 이렇듯 은행을 향해 전방위 압박에 나서는 건 은행권의 기초 체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7연속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점차 드러나고 있는 만큼, 은행들이 자금적 여유가 있을 때 미리 방파제를 쌓아둘 필요가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국내 은행 자본비율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점차 하락하는 모습이다. 지난 2020년말 12.45%였던 보통주 자본비율은 2021년말 12.99%까지 오른 후 지난해 9월말 12.26%으로 하락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평가 손실을 본 것이다.

주요국과 비교해도 은행권의 자본적정성은 미흡한 수준이다. 지난해 9월말 EU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14.74%, 영국은 15.65%로 집계됐다. 미국도 12.37%로 나타났다.

당국의 압박을 두고 은행권에선 "사실상 배당 자제령"이라며 볼멘소리가 나온다. 자본을 추가로 쌓을수록 배당가능 여력인 '이익잉여금'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권 발행 비용을 감안하면 현재로선 자본금을 큰 폭으로 늘리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출 영업을 줄여 위험 가중 자산(RWA)을 축소하거나, 각종 기금 출연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영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현재 은행권 BIS비율(자기자본비율)은 12.1% 수준이고, 규제 비율은 7~8%다"라며 "일시적으로 규제 자금 비율을 1~2%포인트(p) 올린다고 해 부담이 많이 늘어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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