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도발… 한·미·일에 무력 시위
尹 “무모한 도발 대가 치를 것”
한·일 회담 계기 협력 강화 조짐 보이자
고강도 무력 시위로 반발 표출 모양새
사거리 대폭 늘어난 ‘화성-17형’ 쏜 듯
中 연구진 “北 미사일 정상 각도 발사 땐
33분 17초 만에 美 중부지역 타격 가능”
탄두 40개 넘으면 방어체계 압도 지적
합참 관계자는 “ICBM ‘화성-17형’과 유사한데, 탐지된 제원에 일부 차이가 있어 한·미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화성-17형은 지난해 11월18일 발사 당시 고도 6100㎞, 비행거리 1000㎞, 최고 속도 마하 22를 기록했다. 일각에서 북한이 지난달 건군절 열병식 때 공개한 신형 고체연료 ICBM을 발사한 것이란 관측을 제기했으나, 합참은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북한의 ICBM 발사 징후는 한·미에 진작 탐지된 것으로 보인다. 미 공군 전자정찰기 RC-135S는 수일 전부터 한반도에 계속 전개하며 정찰을 실시했다. 우리 공군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도 이날 중부 지역에서 대북 감시 활동에 나섰다.
북한이 16일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 구조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미·일 그리고 한·일 안보협력이 강화될 조짐을 보이자, 북한도 고강도 무력시위로 맞서는 모양새다.
◆한·일 정상회담 의식했나… 군사력 과시 목적도
군 안팎에서는 북한의 ICBM 발사가 한·미 연합훈련 및 한·일 정상회담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많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미·일은 안보 협력 강화를 통해 북한에 압도적 힘을 과시함으로써 도발 억제 효과를 추구해왔다. 3국 협력에서 ‘약한 고리’였던 한·일 관계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복원될 것으로 예상되자 그에 대한 반발로 ICBM을 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9일부터 2∼3일 간격으로 (미사일을) 쏘고 있는데, 오늘(16일)을 택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방일을 겨냥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는 의도도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9일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6발 발사, 12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2발 발사, 14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 발사 순서로 도발 수위를 높이다가 윤 대통령 출국일에 고강도 도발을 했다는 분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한·미 연합훈련뿐 아니라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통한 양국 군사협력 강화 조짐에 대한 반발도 있다”며 “이 같은 무력시위는 윤석열정부의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노력에 힘을 보태주게 되어 북한에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연구진은 북한의 ICBM이 정상 각도로 발사되면 33분 17초 만에 미 본토 중부를 타격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놨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이징전자공정총체연구소 연구진은 지난달 15일 발표한 논문에서 “북한 평안남도 순천에서 발사된 ICBM 화성-15형을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가 요격하지 못할 경우 1997초 만에 미 중부 미주리주 소도시 컬럼비아를 타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 미사일방어본부에 약 20초 후 경보가 울리고 11분 내에 알래스카의 포트 그릴리 기지에서 첫 번째 요격 미사일이 발사된다. 1차 요격이 실패하는 경우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두 번째 요격 시도가 이뤄진다. 다만 북한의 탄두가 굳이 인구 약 12만명의 소도시 컬럼비아를 향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는 것과 상관없이 우리 군은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와 더불어 대규모 연합훈련을 본격화하고 있다.
16일 육군 제2신속대응사단에 따르면 13∼17일 전남 장성과 경남 의령 일대에서 공군과 함께 대규모 공정 및 공중강습 작전, 공중투하 등 적 후방 침투를 가정한 야외기동훈련 등을 실시한다. 장병 1500명과 공군 수송기 C-130H, CN-235, 육군 헬기 CH-47, UH-60 등 30여대가 투입된다.
2신속대응사단은 2021년 창설된 공정부대로 이번 훈련은 창설 후 첫 대규모 공정작전이다. 공정작전이란 적을 공격하거나 아군을 지원할 목적으로 항공기를 이용해 지상 부대를 적 후방에 침투시키는 작전이다. 공중강습작전은 헬리콥터 등 육군 항공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기동 및 지상 전투를 하는 것을 뜻한다.
사단 정찰대원 등은 13일 육군 항공기를 이용해 작전 지역에 고공침투하는 훈련을 했다. 사단 전투근무 지원대대와 공군 특수임무대대는 작전 지역에 침투한 부대 지원을 위해 합동 화물 공중투하를 실시했다.
한편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해 외교부는 이날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3자 유선 협의를 통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미·일 3국 대표는 ICBM 발사 등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들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박수찬·곽은산·김예진·구현모·홍주형 기자,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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