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138승 투수가 보는 韓 투수 문제점과 고민, “일본은 10년 준비했다 하더라”

김태우 기자 2023. 3. 17.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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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야구는 실패 요인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긴 호흡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사직, 김태우 기자] 한국 야구대표팀은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처절한 실패를 맛봤다.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호기롭게 나섰지만 돌아온 건 3회 연속 본선 1라운드 탈락이었다. “10년째 1라운드 탈락은 이제 한국은 야구 변방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 끊이지 않는다.

타격은 나름대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한 수 아래인 중국전 22점을 빼더라도 나름대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시선은 호주전과 일본전에서 연속으로 무너진 마운드에 쏠린다. ‘스피드업’이라는 세계적인 트렌드를 쫓아가지도 못했고, KBO리그에서 최고라던 투수들이 세 타자도 상대하기 버거워하는 모습은 우리 팬들에게 어마어마한 충격을 안겼다.

배영수 롯데 투수코치는 대회 기간 중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일원으로 투수들의 준비 과정과 대회 진행을 지켜봤다. 다들 준비를 잘했고, 불펜에서도 컨디션이 괜찮았는데 막상 경기에 나가 자신의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을 포함한 한국 야구가 많은 것을 배웠고, 또 각자 느낀 점을 가감 없이 공유하고 머리를 맞대면서 장기적인 대안을 세워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배 코치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준비해야 할 것은 준비해야 한다. 정말 좋은 투수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어떤 부분을 준비해야 할지 분명히 현장에서 우리 코칭스태프도 많은 것을 느꼈다. 이제 조금 더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가장 보완해야 할 과제, 그리고 현재 일본 투수들과 가장 큰 차이가 나는 부분으로 ‘커맨드’를 뽑았다. 스트라이크든 볼이든 자신이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다.

배 코치는 “일본이나 외국 선수들 같은 경우에는 자기가 전력으로 던졌을 때도 어느 정도 커맨드가 된다. 우리 같은 경우는 긴장을 많이 하다 보니까 커맨드 자체가 안 됐다. 전력으로 던지면서도 자기가 던지고 싶은 위치에 던질 수 있게끔 만드는 게 해야 할 숙제인 것 같다”면서 “나도 그 부분을 충분히 느꼈고, 또 선수들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고민도 하고 그런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현재 KBO리그에서 기대를 모으는 어린 선수들 중에서는 이번 대표팀에 간 선배들보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제법 있다. 문동주 김서현(한화), 장재영(키움) 등이 대표적이다. 배 코치는 이들도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결국 커맨드를 얼마나 잘 잡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구속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빠른 공도 원하는 곳에 들어가지 않으면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배 코치는 “스피드 면에서는 분명 붙어볼 만할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어느 정도나 어느 위치에 정확하게 던지느냐가 관건이다. 그 부분은 연습이 필요하다”면서 “어느 순간부터 부상에 대한 염려 때문에 공을 많이 안 던지고 있는데 그 부분도 어떻게 보면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나도 부상만 걱정했지 막상 기술 향상에 대해서는 등한시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일본하고 비교하는 게 아니라 한국만의 정의를 내려야 한다”고 했다.

마냥 일본이나 미국을 따라가는 게 아닌, 훈련과 부상 방지 사이에서 어떤 한국만의 기준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배 코치는 “훈련량이 어느 정도 있어야 커맨드가 잡힌다. 그렇다고 훈련을 너무 많이 하면 부상이 생길 수도 있고, 부상 때문에 훈련을 못한다는 건 또 말이 안 된다”고 고민하면서 “그 적정선에 대해서는 잘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앞으로의 과제를 말했다.

KBO리그에서 통산 138승을 기록한 대투수 출신인 배 코치는 이번 대회 실패가 한국 야구 발전의 밑거름이 되길 진심으로 바랐다. 배 코치는 “당장이 아니라 향후 몇 년을 보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일본 같은 경우는 10년을 준비했다고 그러더라. 그것을 보면서 ‘우리도 이제부터 준비를 해야 하는구나’라는 것을 느꼈고, 또 너무 죄송스럽다”면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다시 또 새로 재정비할 것은 머리를 맞대서 선배님들과 같이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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