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금리 내렸대" 은행 주담대 두달여만에 8→6%대로 '뚝'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준거가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은행채 금리가 하락한 영향이다.
금융권에선 '금리 정점론'까지 확산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들은 이자 부담을 덜게 됐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전날 기준 연 4.220~6.228%로 나타났다.
지난 6일까지만 해도 4대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92~6.40%였지만 열흘 만에 금리 하단이 0.7%포인트나 급락했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6일 4.594~6.460%에서 지난 16일 4.203~6.010%로 금리 하단이 0.391%포인트, 금리 상단이 0.45%포인트 떨어졌다.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올 1월 초까지만 해도 8%대 초반에 진입한 점을 감안하면 2개월 보름 만에 2%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4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전날 기준 5.09~6.23%로 지난 6일(5.36~6.64%)과 비교해 금리 하단이 0.27%포인트, 금리 상단이 0.41%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세대출(변동형) 금리는 4.52~5.93%에서 3.94~5.35%로 금리 상·하단이 각각 0.58%포인트씩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면서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가계대출 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코픽스와 은행채 금리가 떨어진 영향이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 대출금리는 코픽스를 준거금리로 삼고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 최종금리를 산정한다.
신규 코픽스는 3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전날 발표된 2월 코픽스는 신규 취급액 기준 3.53%로 전월에 비해 0.29%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말 금융당국이 경쟁적인 예금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압박한 영향으로 코픽스는 지난해 11월 4.34%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3개월 만에 0.81%포인트 떨어졌다.
코픽스 하락에 더해 고정형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활용되는 은행채 금리도 연일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14일 4.044%로 지난 2일(4.564%)과 비교해 0.52%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준거금리인 은행채 6개월물 금리는 3.828%에서 3.649%로 0.179%포인트 하락했다.
은행채 금리가 하락하는 것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된 영향이 컸다. SVB 파산사태의 원인으로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지목되고 있어서다.
미 연준은 오는 21~22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폭을 결정한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 연준은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SVB와 시그니처은행, 실버게이트 은행 파산을 감안해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선 동결 가능성도 나온다.
선물 금리로 연준 금리 수준을 전망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이달 베이비스텝에 나설 가능성을 67.9%, 동결할 가능성을 32.1%로 내다봤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정기예금 금리가 떨어지면서 3월 코픽스도 3%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채 금리도 안정적인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가계대출 금리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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