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성과급 '돈잔치' 개선…"투명하게 공개·장기 성과 반영"
은행들이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금융당국이 성과급 등 보수체계를 개선한다. 성과보수가 산정되는 과정에서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 성과도 고려해야 하며, 성과급 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소재 서울정부청사에서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고 16일 밝혔다.
참석자들은 은행 성과급을 임직원의 성과가 혁신적인 사업이나 아이디어에 의한 것인지, 단순히 예대금리차에 의한 것인지 등을 감안해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은행의 성과급이 혁신적 노력 외에도 금리상승 등 시장상황에 따른 이익 증가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기업과 달리 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성과보수가 최근 은행권의 대규모 수익에 임직원의 노력보다는 코로나19(COVID-19) 사태와 저금리 지속 등 외부적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과 성과급이 사실상 고정급화돼 있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서 공유된 '5대 은행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에 따르면 고정급이 △2010년 5조1718억원 △2021년 5조2852억원 △2022년 5조4044억원으로 증가하자 성과급도 △2020년 1조4747억원 △2021년 1조7826억원 △2022년 1조9595억원 등으로 따라 늘어났다.
은행장과 임원의 단기 성과급은 주로 정량지표를 통해 결정됐다. 정량평가의 비중이 55~80%였는데, 특히 수익성(32~45%)에 가장 높은 배점을 부여했다. 장기성과급은 정량지표만으로 책정했다. 이 경우에도 수익성이 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95%로 가장 컸다.
개선 방안으로는 투명성 강화와 장기성과 반영이 꼽혔다. 김 부위원장은 "성과보수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외부적 요인보다는 실질적 성과에 따라 중장기적인 측면을 고려해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희망퇴직금과 관련해서는 "은행의 경영효율화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겠으나 상당히 큰 규모의 비용이 소요되는 의사결정인 만큼 주주총회 등에서 주주로부터 평가받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희망퇴직금 지급수준은 단기적인 수익 규모에 연계하기보다는 중장기적 조직·인력 효율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고, 주주와 국민 정서에도 부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 참석자들도 은행의 성과보수체계가 산정 방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해외 금융사가 경영진의 성과를 국민과 시장이 알 수 있게 매우 투명하게 공개하는 점을 고려해 국내 은행들도 성과보수체계에 대한 보수위원회 안건 공개, 세이온페이(Say-On-Pay) 도입 등 성과보수체계를 적극 공개·공시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은 성과보수체계 개선은 경영진 뿐만 아니라 임직원·노동조합이 함께 고민하고 동의해야 하는 사항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 은행은 부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출 심사, 모니터링 등을 강화하면서 더 바쁘게 돌아 가는데, '앉아서 돈 벌었다'는 인식은 아쉽다"면서도 "개선 방향이 주주에게 성과 책정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쪽으로 정해진 건 다행이다. 설명 과정을 통해 논란이 불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은행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건전성 제도 정비방향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높이기 위해 2~3분기 중 경기대응완충자본(CCyB)을 추가로 부과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CCyB는 바젤Ⅲ 자본규제의 하나로 2016년 도입됐으나 현재까지 0% 적립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해외에선 영국이 2016년부터 1%의 경기중립 버퍼를 도입했으며, 올 7월부터는 적립수준을 2%로 상향한다. 스웨덴도 오는 6월부터 2%의 경기중립 완충자본을 적용 예정이다.
김 부위원장은 "최근 미국 SVB(실리콘밸리은행)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불확실성 우려가 높아진 만큼 금융권의 건전성 제고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자본건전성 확충과 대손충당금 적립 관련 제도개선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용안 기자 king@mt.co.kr, 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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