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트리 “인간은 시계 태엽 같은 기계다” [책&생각]

고명섭 2023. 3. 17.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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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의사이자 철학자였던 쥘리앙 오프레 드 라메트리(1709~1751)는 인간이 시계 태엽처럼 이루어진 기계와 같다는 주장을 편 18세기 유물론자다.

의학 지식을 기초로 삼아 라메트리는 <영혼의 자연사> (1745)와 <인간기계론> (1747) 같은 논쟁적인 저작을 써냈는데, 이 책에 담긴 유물론적‧무신론적 주장 때문에 위험한 사상을 지닌 인물로 낙인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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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기계론·인간식물론
쥘리앙 오프레 드 라메트리 지음, 이충훈 옮김 l 도서출판b l 1만4000원

프랑스의 의사이자 철학자였던 쥘리앙 오프레 드 라메트리(1709~1751)는 인간이 시계 태엽처럼 이루어진 기계와 같다는 주장을 편 18세기 유물론자다. 라메트리의 대표작은 <인간기계론>인데, 이 저작이 라메트리의 다른 저작 <인간식물론>과 함께 묶여 한국어로 완역됐다.

아버지의 뜻을 따라 신학을 공부했던 라메트리는 중도에 전공을 의학으로 바꾸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의학 지식을 기초로 삼아 라메트리는 <영혼의 자연사>(1745)와 <인간기계론>(1747) 같은 논쟁적인 저작을 써냈는데, 이 책에 담긴 유물론적‧무신론적 주장 때문에 위험한 사상을 지닌 인물로 낙인찍혔다. 라메트리는 박해를 피해 프로이센의 계몽군주 프리드리히 2세의 궁정으로 피신했다가 42살로 삶을 마감했다.

라메트리가 철학사에 이름을 남긴 것은 과격한 유물론 사상을 주창한 덕이다. 고대 유물론의 영향을 짙게 받은 라메트리는 앞서 17세기에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가 주장한 ‘심신이원론’을 부정하고 영혼이나 사고는 육체의 활동이 낳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데카르트는 인간의 신체와 영혼을 구분해, 신체에는 ‘연장’이라는 물질적 속성을 부여하고 영혼에는 ‘사유’라는 비물질적 속성을 부여했다. 라메트리는 데카르트의 이 체계를 문제로 삼았다. 상이한 속성을 지닌 두 실체, 곧 신체와 영혼이 있다면 이들은 서로 고립돼 있을 뿐이지 상호작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라메트리의 생각이었다. 더 나아가 라메트리는 수동적인 물질을 운동하게 하는 비물질적 영혼이 존재한다면 도대체 우리 몸속 어디에 있는가? 하고 물었다. 데카르트는 영혼의 자리가 뇌의 ‘송과선’에 있다고 주장했는데, 라메트리는 송과선이 아무리 작더라도 물질이므로 비물질인 영혼이 송과선에 있다는 것은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라메트리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영혼이라는 것은 신체 조성의 다양한 변화를 가리키는 것일 뿐이지 영혼이 신체와 나뉘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면 그것은 기계의 구조가 더 복잡하고 요소들이 더 섬세하다는 것을 뜻할 뿐이다. 라메트리에게 인간은 ‘좋음’을 지향하고 ‘나쁨’을 멀리하도록 작동하는 기계다. 다시 말해 인간은 관능과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과 근심을 멀리하도록 설계된 복잡한 기계장치라는 것이 라메트리의 인간관이다. 라메트리가 세운 인간기계론은 논리가 치밀하지 못하고 외부의 비난을 의식해 주장이 선명하지 못하다는 약점이 있지만, 19세기 이후 과학적 유물론을 예비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작지 않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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