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거짓말쟁이 소년’과 둘러앉아 이야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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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어느 곳에 거짓말밖에 하지 않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소년에게는 당연히 거짓말밖에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책은 교도소로 깊숙이 들어가 '수많은 소년들'에게 비난 대신 질문을 던져본다.
'거짓말밖에 하지 않는 소년'은 수용자 각자 쓴 글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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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즌 서클
사카가미 가오리 지음, 김영현 옮김 l 다다서재 l 1만7000원
“옛날 옛날 어느 곳에 거짓말밖에 하지 않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소년에게는 당연히 거짓말밖에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소년에게 질문을 던지기보다 비난을, 엄한 처벌을 외치는 목소리가 우리 사회를 가득 채운다. 책은 교도소로 깊숙이 들어가 ‘수많은 소년들’에게 비난 대신 질문을 던져본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교도소 내부를 10년간 들여다보며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만든 감독인 저자는 죄명도 형량도 다른 4명의 청년들을 중심으로 죄와 벌, 그리고 인간에 대해 탐구한다. 주 무대는 일본 시마네현 시골 마을에 있는 민관 공동 운영 교도소다. 이곳은 초범에 형기 8년 이하 남성 수용자를 대상으로 갱생 프로그램 ‘회복 공동체’(Therapeutic Community·TC)를 운영한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원을 그리고 둘러앉은 수용자들이 나누는 ‘대화’다. ‘거짓말밖에 하지 않는 소년’은 수용자 각자 쓴 글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나왔다.
저자는 4명의 수용자를 지켜보며 이들에게서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폭력과 학대, 돌봄의 부재를 경험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한다. 자신의 고통에 둔감해진 이들이 결국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괴물’이 됐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저자는 ‘이모셔널 리터러시’(emotional literacy)라는 개념을 가져와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훈련과 교육이 있어야 수용자가 자신의 잘못을 직시하고 ‘폭력의 연쇄’에서 빠져나온다는 결론에 이른다. 엄벌주의로 가득한 한국 사회에 책은 우리가 외면해온 사실을 일깨운다. 4명의 청년들도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폭력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대화와 연결이라는 것을.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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