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동화처럼 이 봄을 맞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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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같다니 그것 참 인연입니다.
고향이 같은 인연은 함부로 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에 비하면 받은 입장에서는 보내드릴 것이 참 없습니다.
추위 끝에 봄이 온 것이니 우리는 이 봄을 두 손으로 잘 받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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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같다니 그것 참 인연입니다. 서로 잘해주고 잘 지내야지요. 고향이 같은 인연은 함부로 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둘 사이에는 별 이야기나 행동 없이도 뭉근하게 정이 피어오르니까요.
이종문 시인의 시를 읽다보니 뜨거운 김이 세번 피어오릅니다. ‘노모가 보내주신 채소’에서 한번, 고향 땅에서 태어난 밉지 않은 애벌레를 가엽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한번, 나비 되어 고향 가서 잘 살라는 기도의 마음에서 또 한번.
이 아릿한 관계의 출렁임을 하나하나 이으면 근사한 별자리 하나가 탄생할 것만 같습니다. 어머니는 정성스럽게 키운 푸성귀를 부치며 농담처럼 뭔가를 더 담아 보내고 싶어 하신 건 아닐는지요.
어머니가 보내주신 짐 보따리엔 반찬도 들어 있고 영양제도 장도 들어 있습니다. 보자기로 꽉 묶은 주름의 결까지 포함해 버릴 게 없습니다. 그에 비하면 받은 입장에서는 보내드릴 것이 참 없습니다.
들판에는 아지랑이가 줄줄이 피어오르고 어울려 나물을 캐는 아낙들 모습에선 진한 물감 냄새가 풍겨옵니다. 아직 선뜩한 기운이 있지만 개울은 저 쟁쟁한 물빛으로 봄을 열어젖히며 우리의 안부를 묻는 것 같습니다.
참 추웠습니다. 어떤 이에겐 더 그러했을 것입니다. 추위 끝에 봄이 온 것이니 우리는 이 봄을 두 손으로 잘 받아야겠지요.
동화풍의 시 한수 잘 읽고 갑니다. 시를 읽으며 향긋한 나물에 밥 한그릇 비벼 먹은 기분이 드는 것은 나만은 아닐 겁니다. 덕분에 이 봄엔 동화 같은 일들이, 동화 같은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일 것만 같습니다.
이병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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