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허균의 문장들

김여진 2023. 3.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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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개혁사상가이자 당대 최고의 문장가로 이름을 떨친 허균(1569∼1618)은 50년의 생애에서 수많은 저술을 남겼다.

이후 허경진 연세대 명예교수가 양천허씨강릉종중(회장 허세광)과 여러 해 동안 허균의 저술들을 수집·복사했다.

심경호 고려대 명예교수 등의 대표 학자들과 함께 문집에 실리지 않은 허균의 저술에 대한 번역을 시작했고, 그 결과물이 소장처 허락을 거쳐 전집으로 나왔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허균의 저술들을 처음 한글로 번역, 망라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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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만에 한글로 빛 보다
첫 한글번역 ‘허균 전집’ 출간
허경진 연세대 교수 연구 책임
25세부터 사망 직전까지 글 망라
상소문·비평·수필 성격 글 등 다채
고향 강릉에 대한 애정도 드러나
▲ 그간 알려지지 않은 허균의 저술 9종이 6권의 허균 전집으로 출간됐다.

“강릉(江陵)은 옛 명주(溟州) 땅인데, 산수가 아름답기로 우리나라에서 제일이다. 산천이 정기를 모아가지고 있어 이인(異人)이 가끔 나온다”

조선시대 개혁사상가이자 당대 최고의 문장가로 이름을 떨친 허균(1569∼1618)은 50년의 생애에서 수많은 저술을 남겼다. 하지만 일반 독자에게 알려진 글은 많지 않았다.

50세가 되던 해 여름, 역모죄로 붙잡힐 것을 예감한 허균은 미처 공개하지 않았던 자신의 저서들을 딸의 집으로 보냈다. 이들 유고는 외손자 이필진이 52년 동안 간직하고 있다가 세상 떠나기 1년 전 발문을 써서 세상에 알렸다. 이 책이 허균이 43세에 유배지에서 스스로 편집한 자신의 문집 ‘성소부부고’다. 이 문집에 실리지 않은 저술도 많았으나 능지처참으로 생을 마감한 이후 전해지지 않거나 제목들만 남아있어 연구자들의 접근도 어려웠다.

그런데 16년전 그의 작은형 허봉의 명나라 사행록 ‘조천기’ 뒤에 제본되어 있던 허균의 ‘을병조천록’이 처음 발견된 것을 비롯, 저서 여러 권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학계에 알려졌다. 이후 허경진 연세대 명예교수가 양천허씨강릉종중(회장 허세광)과 여러 해 동안 허균의 저술들을 수집·복사했다. 심경호 고려대 명예교수 등의 대표 학자들과 함께 문집에 실리지 않은 허균의 저술에 대한 번역을 시작했고, 그 결과물이 소장처 허락을 거쳐 전집으로 나왔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허균의 저술들을 처음 한글로 번역, 망라한 작업이다.

허균의 첫 저술부터 마지막 여정까지 알 수 있는 9종의 저서가 6권의 전집으로 번역·정리됐다. 1593년부터 1617년까지 나온 책들이다.

▲ 당나라 시 절구를 뽑은 ‘당절선산’ 제1권 첫 장. 편찬자 허균의 이름을 그의 처조카 김세렴이 도려낸 후 인장을 찍어 후세에 전했다. 유일본 ‘당절선산’ 10권은 허균전집 제5책으로 번역 출판됐다.


허경진 교수의 연구 책임 아래 발간된 전집은 △1권 학산초담·태각지·해동야언별집·상소문(허경진·최재원 옮김) △2권 을병조천록(심경호 옮김) △3권 한정록(허경진 옮김) △4권 국조시산(허경진·구지현) △5권 당절선산(구지현 옮김) △6권 송 왕형공 이체시초(천금매·노요한 옮김)로 구성됐다.

기존 문집에는 실리지 않았거나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저술들이 이번 전집에 망라됐다. 분량은 200자 원고지 1만1637장에 달한다.

먼저 허균이 25살(1593년)에 쓴 시평론집 ‘학산초담’(鶴山樵談)이 눈에 띈다. 임진왜란 당시 강릉 사천의 외갓집 애일당에서 피난왔을시기에 지은 그의 첫 저서다. 아내를 집 옆에 묻은 후 낸 이 책에는 애일당 건너편 청학산을 바라보며 자신이 읽은 시인들의 대표작을 소개하고 비평한 글들이 실려있다.특히 이 책 64번 시화를 보면 “고향 강릉에 훌륭한 문장가가 많다”고 자부심을 숨기지 않는다. 기사 첫줄에 소개한 문장으로 시작해 함부림·최치운·김시습·최수성·심언광·최연·이율곡을 언급하고 있다. 또 “중씨(작은 형 허봉)와 난설헌 또한 강릉의 정기를 받고 태어났다”고 형제자매에 대한 애정도 표했다.

1617년 기준격이 자신의 죄를 폭로하는 상소를 올리자 이에 맞받아 왕에게 올린 상소문도 수록됐다. 이를 통해 당시 허균의 감정을 헤아려볼 수 있다. ‘허균 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허 교수는 귀중본 ‘한정록’을 직접 구입하기도 했다. 음악이나 즐겼던 술, 농사 이야기 등 일상에 대한 허균의 단상을 알 수 있는 일종의 수필집으로 제3권으로 번역 출판됐다.

허균이 남긴 마지막 책은 능지처참으로 사형당하기 1년 전인 49세(1617년)에 지은 ‘송 왕형공 이체시초’다. 당시 조선에서는 많이 읽히지 않은 송나라 문장가 왕안석의 작품이 실린 책으로 6권에서 볼 수 있다.

허경진 교수는 “이번에 발간한 전집이 널리 보급돼 허균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전국적으로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여진 beatl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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