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자만 10조 늘린 은행… 금융당국 "자본 더 쌓아라"

박슬기 기자 2023. 3. 17.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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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기조 속 국내 은행들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둔 가운데 연체율이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은행권 부실 우려가 커진 금융당국은 위기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은행을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자본을 더 쌓게 하는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그래픽=김은옥 기자
지난해 국내 은행들이 총 18조5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금융당국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글로벌 긴축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렇게 늘어난 이익을 올 2분기부터 부실 위험에 대비하는 데 쓰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자장사 쏠쏠했네… 지난해 국내 은행 이자이익만 56조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 순이익은 18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6% 증가했다.

이는 대출채권 등 이자수익 자산이 확대하고 시장금리 상승 등에 따라 이자이익이 급증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55조9000억원으로 전년(46조원) 대비 21.5% 급증했다.

국내 은행의 이자수익자산은 지난해 3041조7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0.3% 늘었다. 같은 기간 순이자마진은 1.62%로 0.17%포인트 상승했다.

이자이익과 달리 비이자이익은 3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0.2% 감소했다.

유가증권관련손익(-1조9000억원), 기타영업이익(-2조5000억원), 수수료이익(-3000억원) 등이 줄었다. 반면 외환·파생관련이익은 1조원 늘었다.

국내 은행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52%로 전년(0.53%) 대비 0.01%포인트 하락했다.

2021년 HMM 전환사채 전환권 행사에 따른 산업은행의 비경상적이익이 반영돼 기저효과가 발생한 점을 감안해 산업은행을 제외하면 ROA는 전년 대비 0.07%포인트 상승한 0.57%로 집계됐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의 경우 7.41%로 전년(6.97%) 대비 0.44%포인트 올랐다.

국내 은행의 판매비와 관리비는 26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0.1% 줄었다. 이 중 인건비는 씨티·SC제일은행 등 일부 은행의 희망퇴직에 따른 기저효과로 1조원 감소했다.

국내은행의 대손비용은 6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5.1% 급증했다. 지난해 2분기 대손충당금 산정방식이 개선되면서 신규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1조9000억원 증가한 영향이다.


슬금슬금 오르는 은행 연체율, 올 1월 0.31%… 20개월만에 최고


은행들은 고금리 기조 속 막대한 이자이익을 벌어들였지만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월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1%로 전월말(0.25%)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다. 전년 동월 말(0.23%)과 비교하면 0.08%포인트 올랐다.

이는 지난 2021년 5월(0.32%) 이후 20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월말 대비 연체율 상승폭도 지난 2020년 1월 0.05%포인트 상승한 이후 최대 규모다.

금리 상승 부담에 따라 신규 연체율도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올해 1월 중 신규연체율은 0.09%로 전월(0.07%)대비 0.02%포인트 올랐다. 전년 동월(0.04%) 대비로는 0.05%포인트 상승했다.

1월 중 신규연체 발생액은 1조9000억원으로 전월보다 3000억원 늘었다.


SVB 파산, 국내 은행도 안심할 순 없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 손실흡수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고환율 등 위기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은행은 의무적으로 자본을 더 쌓게 하는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를 도입한다.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미흡한 평가를 받은 은행은 의무적으로 자본을 추가로 쌓게 하는 내용이다. 스트레스 테스트 등급별로 0.5%, 1%씩 자본을 더 쌓는 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경우 대형 은행에 대해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하고 미흡한 은행에 추가 자본 적립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지난해는 30개 은행에 대해 최소 2.5%에서 최대 9%의 자본을 추가로 쌓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해외사례를 고려해 은행업 감독규정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경기대응완충자본(Countercyclical Capital Buffer·CCyB)도 도입한다. 신용팽창기에 은행에 추가 자본을 최대 2.5%까지 적립하도록 하고, 경색 국면에선 적립 의무를 완화해 자금 공급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바젤Ⅲ 자본규제의 일환으로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를 2016년 도입했지만 현재까지 은행이 해당 제도를 명목으로 추가로 쌓은 자본은 거의 없다.

금융당국은 금리상승기를 맞아 자영업자 대출 등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기에 급증한 여신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2~3분기 중 추가 자본 적립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해외 사례를 고려해 당장의 적립 필요성이 크지 않은 경우에도 예상치 못한 전염병이나 지정학 리스크 등 외부충격에 대비해 상시적으로 자본 버퍼를 유지토록 하는 '경기중립적 CCyB' 도입도 추진한다.

영국의 경우 시스템리스크 평가의 어려움 등을 감안해 2016년 1%의 경기중립 버퍼를 도입한 바 있으며 올 7월부터 2%로 상향할 예정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미 발표된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을 위해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대손준비금은 감독규정상 최저적립률을 기준으로 산출됨에 따라 향후 경기변동 등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이 도입되면 금융당국은 적정성 평가 시 미흡한 은행에 추가 자본을 적립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주요국 긴축 등에 따른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충격에도 은행 본연의 기능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손실흡수능력을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 현황을 지속 점검하고 자본 비율이 취약한 은행들에 대해서는 자본 확충을 지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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