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샌티스 보수 성향 주지사들과 “反ESG 이념 운동 펼치겠다” 선언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3. 3. 17.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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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주지사 18개 보수주와 연합
“기업 경영서 환경, 평등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의 좌파 이념 공격”
경제 문제에서도 민주당 각 세우면서 보수 후보 입지 굳힐까

2024년 미국 차기 대선에서 유력 공화당 후보로 거론되는 론 디샌티스(44) 플로리다 주지사가 보수 성향 주지사들과 연합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경제 의제 중 하나인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이념에 대한 전방위 공격에 나섰다. ESG는 기업 경영에서 친환경 및 남녀 평등, 기업의 지배 구조 건전성 등 비재무적인 요소를 평가하는 지표를 뜻한다. ESG를 장려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가 온갖 불합리한 규제를 덧씌워 미국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결국 미 국민들의 가계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 언론들은 “낙태, 동성애, 총기 규제, 불법 이민 등을 두고 민주당과 충돌하면서 ‘보수 진영의 투사’로 나선 디샌티스가 2024년 대선을 앞두고 경제 문제에서도 각을 세우면서 ‘문화 전쟁(culture war)’의 전선(戰線)을 확장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가 지난 5일(현지 시각)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AP통신 연합뉴스

◇디샌티스 “反ESG 운동 주도하기로 약속”

디샌티스 주지사실은 16일(현지 시각) 보도자료를 내고 “바이든 행정부의 ESG 사기에 맞서 싸우기 위해 플로리다주는 (보수 성향 주지사들이 이끄는) 18개주(州)와 동맹을 맺었다”라며 “디샌티스 주지사가 제안해 이뤄진 공동 성명에서 총 19주는 미국 경제의 활력과 미국인의 경제적 자유를 위협하는 ESG 운동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주도하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앞서 2021년 바이든 행정부는 연기금 등 퇴직연금 운용사 투자 설계를 할 때 ‘수급자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전제하에 기후 변화 등 ESG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노동부의 행정규칙을 개정했다. 전임 트럼프 정부가 내세운 ‘재무 이익 최우선’란 투자 목표를 폐기하고 자산운용사가 사회적 가치를 적극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공화당은 새 행정규칙이 퇴직연금의 재무 건전성을 악화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과도한 규제들이 미국 경제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AP통신 등은 “친(親)화석연료 성향의 에너지 기업들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뒀는데, ESG 요소를 고려해 연기금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면 수익 창출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이 공화당의 주요 주장”이라고 했다. 지난 1일 미국 상원은 이 노동부의 행정규칙을 백지화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전날 하원도 같은 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에선 양원에서 과반 의결을 거쳐 정부 행정규칙을 무력화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에 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실제 이를 행사할 경우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번째 거부권’이 된다. 상원이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로 하려면 3분의 2 이상 찬성표가 필요하다.

디샌티스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나는 ‘ESG (바이든) 정권’의 유해한 영향과 싸우는 길을 이끌었다”며 “(좌파) 이념은 국민들의 의지를 우회할 수 없고 우회해서는 안 된다는 더 큰 메시지를 금융업계에 전달하기 위해 다른 같은 생각을 가진 주들과 함께하는 ‘반(反)ESG 이니셔티브’를 선도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플로리다는 연기금 운용 전략에서 ESG 권고 조항을 없앴고, 보수 성향 주인 텍사스도 최근 전통 에너지 기업 투자를 꺼리는 금융회사를 보이콧하기로 했다.

◇디샌티스, 경제·문화 요소 연결해 ‘보수 후보’ 입지 굳힐까

ESG 문제에 대한 디샌티스의 공격은 문화 이슈와도 밀접하게 연결돼있다는 것이 미 워싱턴 정가의 분석이다. ESG에 대한 공격은 민주당이 내세운 ‘워크(Woke·깨어있는) 자본주의’ 운동에 대한 반발이라는 것이다. 워크 자본주의란 여성들의 낙태권 등 정치적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기업들의 경영 방식을 일컫는 용어로 지난 2015년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닷이 칼럼을 통해 처음 주장했다. 기업이 이익 극대화 차원을 넘어 노조나 지역사회 등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다. US뉴스 등은 “공화당의 최근 움직임은 좌파의 ‘워크’ 문화를 공격해 보수층의 지지를 끌어오기 위한 전략”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뉴시스

디샌티스는 이날 ‘ESG로부터 플로리다 주민을 보호하는 법안’을 발표했는데 “대형 은행이나 금융 기관이 총기 소유나 국경 보안 문제 등 개인의 종교·정치 또는 사회적 신념으로 고객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첫 번째로 들어갔다. 기업 경영 문제에 종교 및 총기 소유 등 문화 이슈들을 접목한 것이다.

디샌티스는 지난달 말 발간한 회고록 ‘자유로워질 용기(The Courage to Be Free): 미국의 부활을 위한 플로리다의 청사진’에서 ESG를 “상장사와 자산운용사를 통해 지배계급 이데올로기를 사회에 강요하려는 시도”라고도 했다. 앞서도 그는 작년 3월 초등학생들에게 동성애 등 성 정체성 교육을 금지시키는 ‘돈 세이 게이(Don’t Say Gay)’ 법을 발효시켰다. 플로리다의 대표 기업 디즈니가 이에 반발하자 디즈니에 세제 혜택을 박탈하겠다고도 했었다.

디샌티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 대해서도 “(바이든 정부가) DEI(다양성·공평함·평등성), ESG 이슈 등에 관심을 쏟으면서 핵심 임무(은행 감시 등)에는 집중하지 않았다”며 공격 반경을 넓히고 있다. AP통신 등은 “(디샌티스가)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반(反) ESG담론을 펼치면서 보수 후보로서의 입지를 굳힐 지 관심”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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