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근로 시간 개편, 일정 기간 시험 실시로 효과와 부작용 점검해보길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주 최대 69시간’인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연장 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보완을 지시했다. 그간 우리 노동시장에서 주 52시간제가 너무 경직성이 강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게임 등 IT 업계와 에어컨 제조 업체처럼 특정 기간에 업무량이 몰리는 업종에서는 탄력적인 근로시간 운용이 절실하다. 이에 고용부는 일이 많을 때 몰아서 하고 쉴 때 제주도 한 달 살기도 가능한 제도라며 ‘주 최대 69시간 근무제’를 제시했다. 그러나 법이 보장하는 연차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공짜 야근’도 적지 않은 현실에서 근로 시간만 늘어나는 현실성 없는 얘기라는 반발이 일었다. 특히 현행 산업재해 관련 고시는 ‘주 최대 64시간 근로’를 과로 인정 기준으로 삼는데 이를 넘는 근로 시간 허용이 지나치다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 세대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제도를 보완하라고 했다. 그러나 근로시간은 청년은 물론 30·40대 워킹맘,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 등 다양한 연령대들의 근무 여건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이고 사무직과 생산직의 이해관계도 다를 수 있다. 대기업·공기업 사무직 위주인 MZ세대 노조 위주로 의견을 들을 일이 아니다. 또 연장근로의 경우 통상임금의 1.5배를 받기 때문에 중소 제조업, 스타트업 등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일이 많을 때 더 일하는 것에 별 거부감이 없는 입장이다. 더 일하고 싶은 사람은 더 일할 수 있게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옳다.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정책의 경우 본격적인 추진에 앞서 시험 실시를 통해 효과와 부작용을 점검한 전례가 적지 않다. 근로시간 개편도 일정 기간 시험 실시를 통해 일이 있을 때 더 일하고 쉴 때 충분히 쉬는 정책 취지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아닌지 현장에서 확인 점검할 수 있다. 그 결과를 놓고 제도 개편을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시험 실시 결과 이 제도가 전체적으로 실효적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전면 수정해야 한다. 정부는 이 정책의 영향을 받는 근로 집단을 골고루 포함한 사업장을 고르고 이들을 대상으로 정책이 의도대로 작동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현장 검증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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