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유럽 잇단 은행 위기, 우리도 ‘충당금 방파제’ 미리 더 쌓아야

조선일보 2023. 3. 17.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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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이어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스위스의 부실 우려로 유럽 은행들 주가가 폭락하는 등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악재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금융 불안이 국내로도 번져올 가능성이 우려된다. 현재 국내 은행의 건전성 지표는 우량한 편이나 그래도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자본 건전성 지표인 자본비율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12.26%로, 1년 새 0.73%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지난해 4분기 기준 가계대출이 1867조원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코로나 이후 빚으로 버텨온 자영업자의 상환 부담이 한계에 이르렀다. 지난해 3분기 말 사업자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가운데 3곳 이상 금융사에서 빚을 낸 다중 채무자가 169만명으로 1년 만에 22% 늘었다. 이들이 빌린 총대출금이 668조원에 달한다. 자영업자의 빚 폭탄이 터지는 것을 막느라 정부는 지난 3년 사이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를 5번이나 실시했다. 이 조치 대상 대출액은 141조원으로, 이 중 당장 16조여 원이 오는 9월 상환 시점이 도래한다. 빚을 못 갚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그간 중소기업·자영업자의 대출 원리금 상환을 계속 미뤄줬던 은행들의 잠재 부실 가능성도 높아진 상태다. 사실상 연체 상태에 빠져 부실채권으로 분류돼야 할 대출까지도 거듭된 상환 유예로 장부상 정상채권으로 분류되는 바람에 금융권의 ‘깜깜이 부실’이 그만큼 가중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은행에 자본과 충당금을 더 쌓게 하는 등 건전성 강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자본을 최대 2.5%까지 적립토록 의무화하는 제도 등을 도입하겠다고 한다. 한국 은행들은 예상치 못한 충격에 대비하는 제도적 대비책이 미흡하다. 단 하루 만에 거대 은행이 파산하고 휘청이는 시대다. 방파제를 미리, 더 두껍게 쌓아놓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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