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35] 재상과 총리
재상(宰相)이라는 옛 속칭이 있다. 고대 중국에서 제왕을 보필하는 최고위 권력자를 일컫는 말이었다. 이른바 “한 사람 아래, 모든 이의 위(一人之下, 萬人之上)”에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때로는 일정한 직위 이상의 벼슬아치를 가리키기도 했다.
승상(丞相)도 한때는 재상과 같은 수준의 권력자를 지칭하는 직함이었다. 우리는 정승(政丞)이라고 잘 적었다. 임금 아래 최고 벼슬의 직함에는 각규(閣揆)도 있다. 정사를 펼치는 곳[閣]에서 많은 일을 돌보다[揆]는 뜻의 구성이다.
다른 말로는 수규(首揆)나 규석(揆席)으로도 적었다. 수보(首輔)라는 말은 근세 중국 왕조인 명(明)나라에서 썼던 직함이다. 제왕을 보필하는 신하[輔臣] 중에서 으뜸 자리[首]를 차지한 사람이다. 때로는 같은 의미의 원보(元輔)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서양의 Prime Minister를 번역한 한자어가 수상(首相)이자 총리(總理)다. 입헌군주제에서는 ‘수상’, 그냥 공화정 체제에서는 ‘총리’를 쓴다고 보통 설명한다. 그러나 엄격한 구분이 어려울 경우도 흔하다.
중국 총리는 국무원을 이끌면서 최고 권력자인 공산당 총서기와 함께 권력의 한 축을 형성한다. 그러나 늘 공산당 총서기의 권력에 눌리고 치인다. 따라서 ‘개인기’가 강하지 않으면 끝내 초라함을 면키 어렵다.
최근 물러난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는 요즘 ‘상권욕국(喪權辱國)’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본래는 ‘주권을 상실해 나라를 욕되게 함’이라는 뜻의 성어다. 그러나 여기서는 ‘권한을 잃고 국무원을 욕보였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할 말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비판이다. 마침 후임 총리에는 시진핑 총서기의 심복 출신인 리창(李强)이 올랐다. 따라서 중국 국무원은 더 상실감과 욕됨을 감수해야 할 듯하다. 그 나름대로 이어왔던 견제와 균형은 아예 사라질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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