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의 말글 탐험] [189] ‘뭐에요’가 아니에요
“여보세요.” “네.” “○○○씨 아니신가요?” “아닙니다.” 통화는 그냥 끝나지 않았다. “혹시 번호가 010-○○○○-○○○○ 아니에요?” “아닙니다.” 점잔 빼며 대꾸하고 나니 슬며시 짜증이 났다. 아직 단맛 남은 아침잠이 홀랑 달아나지 않았나. 그것도 모처럼 별일 없어 더 아쉬운 주말. ‘아녜요’ 하고 딱 부러지게라도 말할걸.
사실 이런 전화처럼 엉뚱한 일이야 쌔고 쌨다. 바로 ‘아녜요(=아니에요)’를 ‘아니예요’로 쓰는 잘못도 그중 하나. 왜 그런지 헤아리려면 ‘이에요’부터 살펴봐야 한다. 이 말은 서술격 조사 ‘이’와 어미 ‘에요’가 합친 것으로, 받침으로 끝나는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 뒤에 붙는다. ‘꽃이에요, 마음이에요, 사랑이에요’처럼 쓴다. 받침이 없으면 ‘예요’로 줄어들어 통상 ‘나라예요, 지구예요, 우주예요’처럼 쓰지만 본말 그대로 ‘나라이에요’로 써도 된다.
그런데 ‘아니에요’의 ‘아니’는 체언이 아니고 형용사 ‘아니다’의 어간이므로 바로 어미 ‘에요’와 어울려야 한다. ‘아니’가 모음으로 끝나는 체언과 형태가 같아 ‘이에요’가 줄어든 ‘예요’랑 결합한다고 착각할 수 있는 것이다.
‘아니에요’에서 유추(類推)한 듯한 ‘뭐에요’도 흔한 잘못. ‘뭐’는 ‘무어(=무엇)’의 준말로 체언의 한 가지인 대명사. 따라서 서술격 조사 ‘이’가 있어야 하므로 ‘이에요’와 결합하는데, 받침이 없으니 ‘예요’로 줄어 ‘뭐예요’로 써야 옳다.
유념할 것은 ‘예요’ 형태가 받침 뒤에서는 성립하지 않는 점. ‘꽃예요, 마음예요, 사랑예요’로 쓸 수 없다는 뜻이다. 하나 더, 사람 이름은 받침으로 끝나더라도 어조를 고르는 접미사 ‘이’가 붙으면 ‘길동이에요’가 아니라 ‘길동이예요(길동이+이에요)’로 쓴다.
모르는 이가 또 전화했다. 이번엔 건 번호까지 맞는데, 대뜸 왜 안 오느냐 성화다. 아침도 한밤도 아니기에 망정이지. 고맙습니다, 낮에 걸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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