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훈련과 강군의 조건

박수찬 2023. 3. 17.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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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최근 한 달 동안 군 관계자들에게 근황을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받았던 답변 중 하나다.

13일부터 23일까지 11일간 중단 없이 진행되는 한·미 연합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연습과 더불어 양국 해병대가 참가하는 사단급 상륙훈련인 쌍용훈련 등 20여개의 연합 야외기동훈련이 이뤄진다.

기자가 군 복무를 했을 때, 소속 부대가 1년간의 휴전선 경계를 마치고 후방으로 이동한 뒤 훈련을 준비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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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최근 한 달 동안 군 관계자들에게 근황을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받았던 답변 중 하나다. 13일부터 23일까지 11일간 중단 없이 진행되는 한·미 연합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연습과 더불어 양국 해병대가 참가하는 사단급 상륙훈련인 쌍용훈련 등 20여개의 연합 야외기동훈련이 이뤄진다. 육·해·공군 차원에서 각각 실시하는 훈련도 적지 않다. 전국 각지의 훈련 소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매일 등장할 정도다.

지난해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에 만난 한 예비역 장군은 “현재 한국군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기자에게 했었다. 그때 들려준 답은 ‘훈련 강화’였다.
박수찬 외교안보부 차장
지난 2년여간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국방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많은 병력과 장비가 한데 모여 기동훈련을 펼치고, 밀폐된 환경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전쟁지휘법을 익히는 지휘소 연습(CPX)도 자유롭게 실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군 장병과 그 가족의 보호가 무엇보다 중시됐다. 감염병에 직면한 군대가 제대로 싸우지도 못한 채 스스로 무너진 사례는 동서양 역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감염 확산을 차단, 군인들의 건강을 지키고 전투력 약화를 방지할 고강도 방역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지원하고자 전 정부가 대규모 연합훈련을 중단한 상태에서 코로나19까지 겹치자 전투력 저하 문제가 수면 위로 불거졌다. 군인은 훈련을 지속하지 않으면 전투력이 떨어진다. 기자가 군 복무를 했을 때, 소속 부대가 1년간의 휴전선 경계를 마치고 후방으로 이동한 뒤 훈련을 준비한 적이 있다. 그때 기자를 포함한 부대원들은 군용텐트 설치법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경계만 하고 훈련은 하지 않은 결과였다.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든 직후의 한국군도 한·미 연합작전부터 소부대 전투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서 전투력이 취약해졌다. 현 정부 출범 후 전투력 향상을 위한 훈련이 필수가 된 이유다.

훈련과 더불어 초급간부가 자긍심을 지니고 복무할 여건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곰팡이가 슬고 가구가 부서진 초급간부 숙소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수당 문제와 더불어 ‘병사 월급 200만원’ 정책으로 초급간부의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국가를 위해 직업군인이 된 청년들이 최전방 부대 병사보다 열악한 상황에 직면한다면, 그들이 군에 계속 남아 있을까.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는 이종섭 장관이 나서서 초급간부들의 고충을 듣고, 간부 숙소를 1인1실로 개선하며 수당을 현실화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초급간부들은 첨단 무기를 운용하는 주체이자 군의 미래다. 전문성과 자부심을 갖춘 초급간부가 군대에 오랫동안 복무하면, 국방부가 강조하는 ‘전투형 강군’은 자연스레 이뤄진다. 훈련 강화 못지않게 직업군인의 길을 택한 청년들이 스스로 군을 떠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박수찬 외교안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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