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미래] 69시간 논쟁으로 왜곡된 일하는 방식 개혁
韓 장시간 노동 관행·문화 때문
시간 통제보다 선택권 부여 필요
노사정, 다양성 관리 초점 둬야
인류의 노동을 시간이 통제한 건 자본주의에 들어서다. 상품화된 노동의 거래 단위는 시간이며 일터의 통제는 시간의 몫이다. 시간은 상징이지만 인간의 노동과 삶을 지배하는 권력이자 제도다. 인류 경제가 거침없이 성장하던 산업화 시대에 사람들은 삶의 대부분을 공장에 바쳤으며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운동의 핵심 목표였다. 그 결과가 8시간 노동이다. 대부분 나라가 하루 ‘8시간 노동’을 제도화하고 있지만 연간 총 노동시간은 차이가 크며 관리 방식 또한 다양하다. 노동시간이 제도보다 관행과 문화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다음은 우리나라 사용자들의 노동시간에 대한 종합적 인식 부재다. 노동시간은 단순히 노동의 길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작업조직, 노동과정 및 숙련 형성 등 생산과정 일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기업 대부분의 노동시간 관리는 매우 단순하며 경직적이다. 사용자는 기업의 성과를 절대 노동시간 연장과 동일시하며 가동시간은 매출로 인식한다. 노동과정 효율화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연장형 노동과정 통제 또한 장시간 노동을 관행화한 요인이다. 시간의 연장이 임금 증가를 결과하므로 작업시간 늘리기 또는 작업량 감추기 등의 전략이 관행화했다.
결국 장시간 노동은 제도 문제라기보다 전략적 관행의 산물이다. 노동문화와 일하는 방식의 혁신 없이 노동시간 단축은 불가하며 저출생·고령화, 소득 양극화, 낮은 고용률의 악순환 극복 또한 어렵다. 무엇보다 노동시장 참여자들이 각각의 사정에 따라 다양하고 자유롭게 일하는 방법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시대가 대량생산에 기반한 표준화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취향과 선택이 다양화하고 삶의 패턴이 개별화하는 ‘비스포크’ 시대다. 노동력 구성이 다양해지며 생활세계와 일터의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노동시간 플랫폼을 다양화하는 것, 경직되고 표준화된 제도를 옵션기반형으로 전환하는 것은 노동시장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최근 ‘주 69시간’ 논쟁으로 세간이 뜨겁다. 주장이 난무하지만 대부분 본질 없는 피상적 논쟁이다. ‘52시간 체제’가 매주 52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라면,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권고하고 정부가 마련한 방안 어디에도 ‘69시간 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개편안의 핵심은 일하는 방식의 다양화와 취향의 개별화를 고려해 노동시간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몇 시간 일할 것인가’가 아니고 ‘어떻게 일할 것인가’의 문제다.
제도는 관행과 문화를 이기기 어려우며, 앞설 수도 없다. 노동시간 단축을 하고자 한다면 제도로 시간을 통제하기보다 노동 관행을 바꿔야 한다. 노사정 모두 사업, 업종, 직무 등 차이와 특수성을 존중하고 새로운 관행을 모색해야 하며 다양성 관리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시간 설정을 위한 수단으로 ‘근로자대표’의 구성 및 선출의 제도화와 특정 범주별 노동자들의 요구가 수용되도록 하기 위한 부문대표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노동시간 제도 오남용 금지를 위한 포괄임금 관행의 엄격한 감독과 위법 사례 규율 또한 정부의 중요한 책무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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