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가짜뉴스 퍼나르는 패널들

김은중 기자 2023. 3. 1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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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한일정상회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연합뉴스

“일본에서 학수고대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지금은 연장 조치를 중단한 상태인데 우리가 먼저 철회하는, 연장을 재개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 국내에서 북한 미사일 정보 수집이 안 된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우리 정보를 빠른 시간 안에 받아볼 수 있으니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가장 가시적인 성과죠.”

지난 10일 KBS 라디오를 들으니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 패널이 이렇게 말했다. 정확하지 못한 표현이다. 한일이 북한 핵·미사일 정보 공유를 위해 2016년 11월 체결한 GSOMIA는 중단 없이 1년 단위로 6차례 갱신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선 고위 당국자가 “정상화란 표현은 굳이 필요 없다”고 말할 정도로 궤도에 올랐다. 단지 전 정부에서 있었던 ‘종료 통보와 유예’라는 소동을 정리하는 형식적 절차만 남아있을 뿐이다.

‘한일 관계 개선은 일본에만 좋은 일 해주는 것’이란 프레임에 갇히다 보니 판단이 흐려질 때가 많다. 13일 MBC 라디오에선 한 패널이 대통령 방일과 관련, “우리는 국빈 방문이라 홍보했는데 (일본에선) 실무 회담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고 했다. 이번 방일은 12년 만에 재개되는 ‘셔틀 외교’의 첫 단추를 채우는 1박 2일 짧은 일정이다. 패널은 4월 있을 미국 방문과 착각한 것인데 끝내 이를 바로잡지 않고 대통령 비판을 이어갔다. 지난해 11월 MBC에선 진행자가 ‘한일 정상 통화에 주한 미국 대사가 배석했다’는 가짜 뉴스가 사실인 양 출연자에게 질문하는 일도 있었다.

방통위의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를 보면 지난해 라디오를 필수 매체로 인식하는 비율은 2% 미만에 그쳤다. 그야말로 ‘올드 미디어’가 됐지만 정치권에선 정치부 기자의 하루 일과가 라디오 프로를 훑는 것으로 시작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다. 특히 ‘보이는 라디오’가 표준이 된 요즘엔 가공된 콘텐츠들이 유튜브에서 수백만 조회 수를 거뜬히 기록한다. 잘못된 정보로 청취자들을 선동·호도하는 내용이 많다. 자칭 보수라는 패널들도 “비판했다가 용산에서 전화 온다” “올해 명절 선물 못 받을 수 있다”며 스스로의 평론을 희화화하기도 한다.

일부 진행자나 패널의 편파성을 새삼 탓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정부·여당이 미디어 전장(戰場)에서 지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선 장차관들이 매일 아침마다 김어준씨 라디오에 출연해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정책을 홍보하고 메시지를 발신했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나가 알리고, 반박 논리를 개발해 부딪치고 가짜 뉴스를 바로잡아야 하지 않나. 괜찮은 정책을 만들어놓고도 미디어전을 방기하면 정권 내내 ‘주 69시간제 소동’ 같은 일들이 반복될 것이다. 홍보 실패도 정책 실패라고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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