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윤석열 대통령이 마주한 두 전쟁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2023. 3.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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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두 전쟁을 마주하고 있다. 밖으로는 ‘자유주의 동맹’의 일원으로서 참전한 ‘미중 패권 전쟁’과 안으로는 민주당에 맞선 ‘주류 교체 전쟁’이다. 세계관의 충돌이란 측면에서 두 전쟁은 사실상 한 전쟁이다. 그런 점에서 내년 총선은 1600년 일본의 ‘세키가하라’ 전투에 비견할 수 있다. 이 전투에서 승리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에도 막부를 열고 250년 이상 일본을 통치했다.

냉전이 끝난 후 지난 30년간 공산국가를 향한 ‘햇볕 정책’은 모두 실패했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포용 정책, 북한을 향한 한국의 햇볕 정책, 러시아를 향한 유럽의 구애는 처참한 결말을 맞았다. 한국·미국·유럽연합(EU)은 ‘그들이 변할 것’이라고 오판했다. 마르크스-레닌주의 일당독재는 일인 독재로 귀결됐다. 푸틴·시진핑·김정은은 스탈린·마오쩌둥·김일성을 닮아가고 있다. 결론은 분명하다. 전체주의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미중 패권 전쟁은 본질적으로 사회주의와 자유주의의 ‘사상 전쟁’이다.

대한민국은 세계화의 승자다. 세계가 모두 문을 열고 하나로 연결될수록 대한민국은 성장하고, 보호주의로 문을 걸어 잠그고 블록화로 연결이 끊어지면 위기를 맞는다. 세계화는 끝났다.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은 효력이 다했다. 선택은 불가피하다. 세키가하라 전투를 앞두고 동군이든 서군이든 선택을 강요받았듯 우리도 더 이상 뭉갤 수 없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쓴 그레이엄 앨리슨이 대중국 온건파라면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을 쓴 피터 나바로는 강경파다. 도널드 트럼프가 피터 나바로를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한 순간 미중 패권 전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가 동맹국 한국과 일본을 미군 주둔 비용으로 압박하면서 혼자 중국을 상대했다면 바이든은 동맹을 총동원하는 ‘올 코트 프레싱’으로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이라 우리가 빠져나갈 틈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서두른 이유도 4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요구한) 일본과의 협력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4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방문은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것으로, 한미 동맹은 한미와 인도·태평양 및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증진하는 데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듯 한국이 한미 동맹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류 교체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동맹을 배제한 트럼프 방식이 아니라 동맹을 규합한 바이든에게서 영감을 얻어야 한다. 국제 정치의 패권 전쟁이든 국내 정치의 주류 전쟁이든 본질은 ‘지배하는 힘’ 즉 권력 쟁취다. 국제 정치에서는 군사·기술 동맹이 승패를 가르지만 국내 정치의 승패는 오로지 선거로 가른다.

내년 총선은 ‘주류 교체 전쟁’의 역사적 분수령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결코 져서는 안 되는 선거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동맹을 배제한 트럼프의 길과 ‘탄핵 주체’를 좁힘으로써 고립을 자초한 문재인의 길을 쫓아가고 있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 234명이 찬성하고, 국민 80% 이상이 지지한 ‘탄핵 동맹’을 ‘개혁 동맹’으로 발전시켜 개헌을 통한 ‘2017 체제’를 만들었다면 마침내 주류 교체 전쟁에서 승리했을 것이다.

정치에서는 지지 기반을 넓히면 살고 좁히면 죽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콘크리트 지지층’ 40%만 바라보다 ‘콘크리트 비토층’ 50%를 만드는 전략적 패착으로 5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 윤석열 대통령의 예후는 더 안 좋다. 지난주 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34%, 부정 평가는 58%였다. 중도층에서는 27% 대 65%였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은 긍정 29%, 부정 65%였다. 경기·인천은 긍정 33%, 부정 61%였다. 긍정 평가가 35%를 밑돌고 부정 평가가 55%를 넘으면 정권 심판 구도가 선거를 지배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35% 콘크리트 지지층만 바라보다 ‘콘크리트 비토층’ 55%를 만들고 있다. 중도 비토층은 오래전부터 65%가 굳어졌다.

모든 지표가 위기를 알리는데도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서는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 얼굴로 치른다”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 중간 평가다”라는 위험천만한 얘기를 스스럼없이 한다. 민심을 배제하고 ‘100% 당원 투표’와 대통령실의 노골적 개입으로 당대표를 뽑더니 ‘친윤’ 일색 당직 임명으로 이제 당정은 ‘일심동체’가 되었다. 이젠 정말로 ‘윤심’이 ‘당심’이다. 하지만 당심이 민심은 아니라는 게 심각한 문제다.

정치는 ‘하나만 같아도 동지’로 보는 사람이 해야 한다. ‘하나만 달라도 적’으로 보는 사람은 정치를 하면 안 된다. 박근혜·문재인·트럼프가 실패한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저는 지난 6월 정치 참여 선언에서 10가지 중 9가지가 달라도 정권 교체라는 한 가지 생각만 같으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100가지 중에 99가지가 달라도 정권 교체의 뜻 하나만 같다면 모두 힘을 합쳐야 합니다. 당의 혁신으로 중도와 합리적 진보로 지지 기반을 확장해서 이들을 대통령 선거 승리의 핵심 주역으로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99가지가 같아도 하나만 다르면 적’으로 몰아붙인다. 2030 세대를 ‘민주 동맹’에서 이탈시키는 데 공이 있는 이준석 전 대표를 내쫓더니 단일화를 했던 안철수마저 ‘적’으로 규정하면서 ‘보수·중도 연합’을 스스로 해체했다. 전쟁이든 선거든 우군을 많이 확보해야 이긴다. ‘동맹’이 중요한 이유다. ‘보수 동맹’이든 ‘민주 동맹’이든 중도와 2030 세대를 먼저 동맹으로 끌어들이는 쪽이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연설문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총선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질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서 새로운 한일 관계를 위해 담대한 결단을 내렸듯 국내 정치에서도 주류 교체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담대한 행보를 결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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