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배우 김다미'를 지우고 완성한 '소울메이트' 미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미소로 분해 10대부터 30대까지 완벽 소화
"캐릭터적으로, 연기적으로 계속 도전하고파"
영화 '소울메이트'(감독 민용근)는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본 두 친구 미소(김다미 분)와 하은(전소니 분), 그리고 진우(변우석 분)가 기쁨과 슬픔, 설렘과 그리움까지 모든 것을 함께한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15일 스크린에 걸렸지만, 김다미는 2020년 방송된 JTBC '이태원 클라쓰'를 끝내고 만났다. 민 감독은 미소와 하은을 모두 갖고 있는 배우를 찾았고, 두 캐릭터를 마주한 김다미는 자유로우면서도 내면에는 남모를 아픔을 가진 미소에게 더 끌렸다.
"마냥 슬픈 게 아니라 뭔가를 감추고 있는 인물을 표현하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거 같아요. 처음에는 '일부러 밝게 행동하면서 자신이 가진 아픔을 드러내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연기하면서 '많이 외로운 친구구나'라고 느꼈어요."
"감독님은 저희에게 많이 열어두셨어요. 표현 방식이나 결이 달랐을 뿐, 장면에 관한 해석 자체가 다르지는 않았죠. 인물이 느끼는 감정이 너무 복잡하고 미묘해서 쉽게 정의하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가지 시도하면서 감독님과 많은 테이크를 찍었어요. 저희끼리 놀면서 지나가는 장면을 더 집중했고요."
'소울메이트'는 중국의 청춘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당시 흔치 않았던 '여성들의 우정'을 다룬 점에 매력을 느낀 김다미는 "이런 소재와 섬세한 감정만으로 정말 재밌는 영화를 봐서 좋았던 기억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김다미는 '원작을 딱 한 번만 봤다'고 밝혀 궁금증을 안겼다. 그는 스토리 전개부터 인물의 감정 변화를 표현하는 방법 등 원작을 따라가는 걸 가장 경계했고, 미소를 미소로만 바라보면서 캐릭터를 구축해나갔다. 그렇게 원작과 다른 매력의 '소울메이트'를 탄생시켰다.
"저는 '배우로서 재밌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도전해요. 시나리오를 보고 제주도라는 곳이 어떻게 표현될까 궁금했어요. 원작과 확연하게 차이 나는 부분이라고 느꼈거든요. 한국적인 정서를 담고, 관객들과 공감을 형성하려고 노력했어요. 원작에 대한 부담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죠."
김다미는 아련하고 울컥하다가도 복잡하고 미묘해지는 캐릭터의 감정을 쉽게 정의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관객들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려는 그의 의도는 정확히 통했다. 섬세하고 세밀한 분석력과 탄탄한 연기력이 만나 다시 한번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그런 김다미에게 '소울메이트'는 성장의 발판이 됐다. 그는 "예전에는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만 앞섰더라면, 이제는 한 발짝 떨어져서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미소가 온전히 저만의 캐릭터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과 소니 언니랑 공유하고 소통하려고 노력했고, 현장에서 이런 부분이 성장한 거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을 보면 매번 느끼는 감정도, 이입되는 부분도 달라지더라고요. 최근에는 하은과 미소의 어린 시절이 마음 아팠어요. 아마 결말을 알고 있어서 그런 거 같아요. 볼 때마다 감상이 달라지는 게 저희 작품의 장점이죠. 미소, 혹은 하은이의 일기장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기분이에요. 자신이 갖고 있던 추억을 꺼내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관객들도 한편에 묻어뒀던 걸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소울메이트'는 저의 청춘이 담긴 영화라 정말 사랑하게 됐어요."
2018년 영화 '나를 기억해'로 데뷔한 그는 그해 1500: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영화 '마녀'의 주인공 자리를 꿰차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그해 우리는' 등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매 작품 결이 다른 캐릭터를 만나 그에 맞는 얼굴을 꺼낸 김다미는 '평범한 얼굴' '부담스럽지 않은 이미지'로 스스로를 포장하며 겸손함을 드러냈지만, 그 이면에는 오롯이 캐릭터로만 보이고 싶은 김다미의 진심과 노력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었다.
'소울메이트'로 관객들과 만나기 전, 김다미는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 촬영을 마쳤다. 작품은 SF 재난 블록버스터로, 김다미는 또 한 번 도전을 택했다. 늘 결과보다 과정에 무게를 두고 작품을 택한다는 그는 "잘 되면 좋지만, 과정이 재밌어야 해요. 그로부터 무언가를 얻고 성장해야 하거든요"라고 뚜렷한 가치관을 밝혔다.
소신 있는 행보는 불필요한 두려움을 지워줬다. 김다미는 "지금까지 한 작품들은 결과가 좋았지만, 언젠가 그렇지 않은 날이 올거라고 생각해요. 늘 과정을 생각하면서 작품을 하기 때문에 (결과가 좋지 않은) 날이 와도 견뎌낼 수 있을 거 같아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직 작품 수가 많지 않아서 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 항상 어렵고 도전이라고 느껴서 연기가 재밌는 거거든요. 할 때마다 두렵고 어렵지만 해내고 나면 뿌듯하죠. 5년 동안 많은 작품을 한 건 아니지만, 스스로 다음 모습은 어떤 걸 보여드려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걸 해보고 싶어요. 캐릭터적인 도전도 있지만, 연기적인 접근을 다르게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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